EP04, 디올+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
[Prologue]
도산공원 일대와 청담동 명품거리는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입면들로 빼곡하다. 그곳의 명품 플래그쉽 스토어들은 각자의 자리에 묵묵히 서있지만 마치 누가 더 매력적인 건물인지 경쟁이라도 하듯 치열함을 보인다.
그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조금 동떨어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물의 입면뿐만 아니라 쇼윈도를 통해 비치는 화려한 의상들, 매장 앞에 세워진 고급 승용차와 그 옆에서 쇼핑백을 한가득 들고 대기하는 매장 직원들 등 드라마에서나 보던 풍경이 펼쳐진다.
[Episode]
[House of Dior, 플라스틱의 우아함]
하우스 오브 디올은 프랑스의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잠팍이 설계했다. 포잠팍은 디올과 루이비통이 속한 LVMH그룹의 본사 사옥을 설계하기도 했다.
실내 디자인은 미국의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진행했는데 그는 청담동의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 분더샵을 비롯하여 다양한 명품 브랜드 매장의 설계 및 실내 디자인 작업물을 남겼다.
펄럭이는 천과 같은 디올의 입면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으로 제작되었고 표면에 직물의 패턴이 새겨져 있는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쪼개진 입면 사이로 드러나는 창이 인상적이다.
내부에서는 피터 마리노가 디자인한 돌음계단이 돋보였다. 계단도 유선형으로 디자인하여 외관과 비슷하게 우아함을 자아내려고 한 것 같다. 계단은 1층에서부터 똬리를 틀며 올라가 4층 이후로는 계단 안쪽 난간만이 그 움직임을 이어받아 천장에 도달한다. 계단 하부가 반사 재질로 마감되어 있어서 주변 풍경을 빨아들이고 뒤섞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Louis Vuitton Masion Seoul, 유리의 우아함]
건물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디즈니 콘서트홀 등을 통해 비정형의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도 흰 입방체 위에 유선형 유리 패널 집합체를 올려 그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유리 패널들은 부산 동래학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한다. 게리는 종묘를 칭송하는 등 한국의 전통에 애정을 가지는 건축가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순수한 직관으로 디자인을 끝낸 후에 스토리를 위해 동래학춤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매장의 4층에는 '에스파스 루이비통'이란 이름으로 재단의 미술 소장품들을 전시하는 작은 공간이 있다. 더불어 프랭크 게리와 재단 미술관에 대한 상설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재단 미술관은 12개의 유리 돛을 외관에 부착하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 과정이 담긴 책도 놓여있는데 유리 돛을 구현하기 위한 실제 스케일의 목업 테스트가 있었다. 계획한 연출이 실제 스케일에서도 느껴지는지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Epilogue]
플리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주력 매장이다. 때문에 판매 외의 홍보전략이 중요한데, 두 건물은 상층부에 각각 카페와 전시공간을 두었다. 이러한 공간은 방문객이 매장에 더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하는 동시에 그들의 무의식에 소비 욕망을 심어두는 장치가 된다.
특히 루이비통은 무료 전시와 프랭크 게리의 아이덴티티를 통해 구매 의지가 없는 이들도 끌어들인다. 브랜드는 이를 통해 잠재적 소비자를 확보한다. 물론 방문객은 새로운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므로 서로 윈윈 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입면 / 직물 패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