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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에세이 일렁 Sep 28. 2024

껍데기는 가라

EP03, 송은 아트스페이스, Herzog & de Meuron

[Prologue]

송은 아트스페이스가 놓인 청담의 도산대로는 상업시설들이 밀집한 구간이다. 때문에 장식적인 입면을 가진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그 사이에서 송은은 두 개의 창만을 가진 묵직한 파사드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홀로 허영의 탈을 벗어던지고 껍데기는 가라 외치고 있다.

©2022. illeong All rights reserved.


[Episode]

[반복의 디테일]

'송은'은 숨어있는 소나무라는 뜻이다. 그 의미를 담은 나무 무늬 패턴이 건물을 뒤덮고 있다. 두 개의 창을 제외하면 콘크리트의 유동성만을 이용해서 파사드를 완성한 셈이다. 또한, 패턴도 모두 다르다고 하는데 지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 상층부까지 각기 다른 패턴을 적용했다는 것에서 H&dM의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콘크리트가 가지고 있는 차가운 느낌이 나무질감에 의해서 희석된다.


[은폐의 디테일]

1층의 동측(출입부)과 북측 모두 유리로만 둘러싸여 있어서 마치 육중한 콘크리트 매스를 유리가 지탱하고 있는 느낌이 연출된다. 상부를 떠받치는 기둥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하는데 외부의 미디어 전광판 안에 숨어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건축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확장의 디테일]

로비에 들어서면 똬리를 튼 난간벽과 돌음계단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각진 외관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리벽은 실리콘 실링재로 접합하는 맞대이음 공법으로 연결되어 있고 돌음계단의 틈에 끼워져 있기 때문에 넓은 수평창으로 읽힌다. 더불어 계단이 외부로 확장되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돌음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미디어전시와 건물의 디자인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이 나온다. 건물의 직각삼각형 디자인은 일조사선의 법적 조건으로부터 탄생했다.

디자인 프로세스


[주차램프↘↖돌음계단]

지하 2층의 원형 보이드는 한 방향으로 말려들어가는 형태이다. 1층 로비에서 보이는 난간벽이 여기에서부터 보이드를 휘감으며 올라간다. 그 기울기는 1층의 돌음계단과 그 밑의 주차램프를 따르는 것 같다. 직각삼각형의 매스와 더불어 건축법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모습이다.

주차램프↘↖돌음계단 다이어그램

지하 1층의 주차장 내부는 아쉽게도 직원만 출입이 가능했다. 아래와 같이 두 부재가 첨예하게 접합되는 부분이 로비에도 있는데 건물 외관의 뾰족한 느낌이 내부에서도 이어지는 듯하다. 사진은 없지만 코어 직통계단의 난간벽도 이러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주차장 진출입구에 갔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인 진출입구는 처음 봤다. 광택이 나는 표면은 색종이보다 작은 크기의 은박지를 수작업으로 부착한 것이라고 한다. 연석에 조명을 설치하여 천장이 은은하게 빛난다. 마치 빌바오 구겐하임의 한 조각을 붙여놓은 것 같다.


[Epilogue]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스위스의 건축 듀오이자 2001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H&dM의 국내 첫 작품이다. H&dM은 재료의 사용에 있어서 물성에 대한 이해가 높은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그 예시로 ETFE필름을 볼록하게 사용한 경기장 외피실크스크린 그림을 패턴화한 도서관 외피, 돌망태(개비온)를 활용한 기능적 외벽 등의 사례가 있다. 또한 그들은 과한 장식을 거부하기 때문에 기둥과 같은 건축적 요소가 외피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을 보여주기도 한다.

Allianz Arena / Eberswalde Technical School Library / Dominus Wi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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