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un 04. 2020

아이슬란드에서 아침을



사골국, 뼈를 넣고 인 국

희멀건 국물은 취향이 아니다

최선은 다 해 먹었으나

그릇을 다 비우진 못 하고

싱크대에 흘려보낸다

밥알을 몇 알 건진 개수대는

아내에게 고자질


오늘 아침은 취향이 아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무진기행 40p에는

연필로 쓴 낙서가 있다

화를 내고 싶었는데 이거다 싶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욕했다

속을 다 비우지 못해서 분했다

남겨둔 욕을 위해 40p에 연필을 끼워놓고



토마토소스 덮밥, 토마토에게 너무해

토마토소스는 취향이 아니다

최선을 다 해 먹고 있는데

무진기행의 낙서를 본

연우는 아내에게 고자질

내가 한 게 아닌데


신뢰는 오래전 여름 바닷가 마을에서

잃어버리고


핑계는 AS기간이 훌쩍

넘어버리고


오늘 아침은 취향이 아니다


책방에는 지난겨울에 사 둔

좋아하는 작가의 아이슬란드의 그림이 있다

다행이다




죠-타이거

instagram @illruwa2




매거진의 이전글 귀찮.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