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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wa Oct 05. 2015

친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친하다는 말이 참 허무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한때 친했던 친구는 이런 저런 서로의 사정으로 보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 카톡 친구에 추가되어 있음에도 더 이상 연락해야 되는 이유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위로하던 때도 있었는데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지금 이 순간 친하다고 해서 그 친함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오늘 가장 친했던 친구가 시간이 흐르며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서로의 사정으로 멀어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몰랐을 때는 이런 관계의 허무함이 나 때문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고 힘들기도 했다. 관계들 속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밀당들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진심이 무얼까 의구심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느끼는 것은 단지 '친하다'는 말로 전부 담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새삼스러운 소중함이다. 나에게는 오래된 20년 지기 친구들이 있다. 살아온 시간의 반 이상을 함께 한 친구들이다. 지금은 살아가는 모습이 달라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살고 있는 곳의 거리도 멀어져 예전만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가장 힘들 때 생각나고 누구보다 먼저 찾게 되는 사람들이다.


친구란, 인생이란 거친 바다에 띄어둔 구명정과도 같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들이닥쳐도 구명정 한 척을 지닌 사람은 최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다.
_ <어린 왕자와 길을 걷다 中 / 오소희 저>


진짜 내 인생에서 구명정과도 같았던 사람들이다. 그 친구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관계의 허무함에서 오는 공허함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한 계절이 지나고 추워지는 계절이 다가와서 그런지 오래된 친구들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워진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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