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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wa May 06. 2016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

할머니를 위한 벽화 선물

선물이란 모름지기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 값비싼 어떤 것 보다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싼 선물은 정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주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담겨 있느냐에 따라 선물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 사람이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은 도리어 내가 선물을 받는 것처럼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선물은 그렇게 받는 사람도 좋지만 주는 사람도 기분 좋은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준비하는 과정에 심취해 받는 사람의 여러 가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때 겨울이면 만들었던 직접 짠 목도리 선물이 그랬다. 몇 날 며칠 정성을 들여 만들고 선물하지만 받는 사람은 꽤나 난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만든 사람의 정성 때문에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하자니 뭔가 촌스러워 망설여지니 말이다. 받는 사람의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 못한 선물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얼마 전 강원도 평창에서 벽화를 그리고 왔다. 여든을 훌쩍 넘기신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작은 가게 집의 벽화였다. 일생 운영하시는 가게에 간판 한번 달아본 적 없으셨다는 할머니에게 마을사업의 하나로 간판을 만들어 드리고 벽화도 그려드리는 그런 일이었다. 요즘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벽화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 단순히 페인트만 칠할게 아니고 예쁜 그림을 그려드리고 싶었다. 

첫 번째 시안

벽화를 위한 첫 번째 시안을 그릴 때만 해도 무조건 보기에 예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낡은 벽에 예쁜 그림이 입혀지면 할머니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할머니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시고 있기도 하지만 생활하시는 집이기도 하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할머니의 집이 이렇게 화려해지면 분명 오고 가는 사람들 눈에 뜨일 것이고 그런 관심 자체가 부담스러우실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두 번째 시안
세 번째 시안

그래서 화려함은 빼고 최대한 작게, 그리고 꽃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생각을 전해 듣고 두 번째, 세 번째 시안을 거쳐 벽화를 완성했다.

완성된 가게 집의 모습

벽화를 그리는 동안에도 내내 본인이 이제 힘이 들어 관리도 잘 못할 텐데 혹시 힘들게 그린 그림이 상하면 어쩌냐고 하시며 너무 예쁘게 하지 말라는 말씀만 하셨다. 그리고 벽화를 그리는 삼일의 시간 동안 혹시라도 내가 힘들까 계속 신경 쓰시며 무엇하나 챙겨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셨다. 그것 자체가 할머니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이 그 누군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서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한다고 상대방이 무조건 기뻐할 거라는 생각은 진정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저 돕는다는 행위에 대한 자기만족이며 내 기쁨을 위한 일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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