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up images
학부과정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스케치북 하나를 사용했다.
하나의 프로젝트란 그림 1장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개(4-5)의 시리즈의 그림이 될 수도 있었다.
스케치북에는 메모로 시작된, 찾아봐야 할 책 리스트, 작가들의 이름, 작가의 작업이 콜라주 되어있기도 하고, 우연히 영감을 받은 잡지의 이미지가 붙어있기도 했다. 그리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의 고민이 정제되지 않은 문자로 남아있기도 했고, 처음의 러프 스케치, 발전단계, 레이아웃과 채색이 바뀌는 과정, 소재가 뒤늦게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소재를 바꾸기도 하고, 텍스쳐들을 고민하고, 최종 결과물을 어디에 어떤 식으로 프린트할지 그 방법들을 적어놓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의 성적을 내기 위해 최종 작업과 함께 스케치북을 첨부자료로 제출한다. 스케치북은 그렇게 나의 생각이 어떻게 성립되었는지를 뒷밭 침해 준다. 남의 창작물을 카피한 자에겐 고민의 과정이 있을 리 없다.
창작을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창작은 결과로 기억되지만, 무언가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부터 창작은 과정이다. 물론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과정이 없이는 결과를 만들 수는 없다.
걸어서 앞으로 조금씩 움직여야 함몰되지 않는다.
자신의 그림이 한 번에 완성이 될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초고를 쓴다는 마음으로, 쓰기 전 메모의 과정도 거치고, 생각의 조각을 하나하나 모아서 붙여가는 것이다.
창작이 인간의 영역이 아닌 내림굿쯤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우리는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무엇을 할까? 자료조사가 우선시 된다. 내가 그 전반의 지식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어떤 본질을 끄집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막연하고 방대한 자료조사를 하다 보면 내가 정말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추려진다. 이렇게 창작을 신비한 무엇이 아닌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접근해보자.
<만렙을 찍을 때까지>라는 제목의 책에 그림을 그려야 했는데 내가 원고를 읽고 난 후에 남는 생각은
'각자 자신의 방향으로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그렇다면 어디로 걸을까? 생각했고
나의 대답은 '계단'이었다. 그렇게 나의 작업은 시작이 되었고 시작 단계에서는 아무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그냥 계단은 한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걸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어 오르는 계단 이미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양한 이미지의 계단을 찾다 보니 올라가고, 내려가고, 교차하는 다양한 계단들이 있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계단이었지만 그 이미지들이 나에게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계단 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계단 작업
교차된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어느 정도 상을 맺기 시작하게 되면서 그렇다면 계단을 사용한 표지작업들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렇게 막연했던 계단이라는 단어는 조금씩 이미지화를 시작해 주었다.
그분이 오실때를 기다리지 말고 나만의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나의 첫 이미지는 러프하게 나마 시작이 된다.
이렇게 계단을 사용한 타인의 작업물들을 찾아보는이유는 그것들과 우연히라도 교차되는 이미지를 만들 남의 작업을 카피하는 사고를 방지하고, 타인의 작업을 보는것은 닫혀있는 내 머리속에 바람을 넣는것과 같다. 잠깐 바람을 쐬고 와서 내 작업으로 돌아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