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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Vol.3 룩소르 학살 사건

관광객의 희생

by Illy

〇사건 개요

1997년 11월 17일, 이집트 관광지 룩소르 서쪽 "하트셉수트 장제전"에서 일어난 관광객 학살 사건이다.


유명 관광지인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과격파 "이슬라믹 그룹"에 속해 있는 범인 그룹이 관광객을 총격하여 62명이 사망, 8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범인은 총격전 끝에 전원 사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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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의 위치와 룩소르 중 하트셉수트 장제전의 위치



〇이슬람 원리(근본) 주의란?

신의 게시로 보는 "코란" 등을 토대로 만든 법전인 "샤리아"에 따른 사회나 통치를 이상적으로 여기는 사상을 말한다.


이 사상을 따라가게끔 정부나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과정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이집트 등 여러 국가에 원리주의 사상을 가지고 활동하는 집단들이 있어 뉴스에서 자주 듣는 탈레반, 헤즈볼라 등도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룩소르 사건을 일으킨 "이슬라믹 그룹(Al-jamāʻah al-islāmīyah)"도 이집트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이다.



〇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이 관관객을 표적으로 한 이유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말 그대로 원리주의 정권을 수립하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 이집트 정부의 태도는 원리주의가 원하는 방향과는 전혀 달랐다.


1978년에 사다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맺고 아랍과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거나(이 업적으로 노벨 평화상도 받은 사다트 대통령은 1981년에 원리주의자에 의해 암살되었다), 그 후 취임한 무바라크 대통령도 사다트 대통령의 방침을 계승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부에게 타격을 주는 게 원리주의의 목적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 이집트의 주요 산업이었던 "관광"을 쇠퇴시킬 필요가 있었다.

관광 수입이 줄면 나라는 재정난에 빠져 국민이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무너질 것을 원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유일한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 재위 중에 세워진 장제전

사다트 대통령 암살 후 1992년부터 관광객을 습격하는 사건은 일어나고 있었으며 실제로 관광객은 감소 추세에 있었다.


정부는 95년부터 관광지의 경비를 강화했으나 룩소르 사건 두 달 전인 97년 9월에는 관광버스를 습격하고 독일인이 포함된 관광객이 희생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 사건의 범인에게 사형 판결이 나와 이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룩소르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범인들의 생각대로 관광객은 대폭 줄었으며 정부는 과격파 집단들에 대한 소탕작전을 벌이게 된다.



한국에서 어떻게 보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희생자 중에 일본인도 포함되어 있어 일본에서는 연일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자세한 정보까지 보도되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어머니께서 이 사건에 크게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내가 이집트로 가 보고 싶다고 할 때마다 룩소르 이야기를 꺼내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지금도 아마 말을 꺼내면 사건 이야기를 하실 것 같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한 가지 개인적으로 의아하다고 느낀 점이 있다.


희생자 중 과반수는 스위스 사람이었는데 스위스 측은 해결이 안 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사건 발생 3년 후인 2000년에 종료한다.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뭐냐면 범인 그룹 중 한 명의 신원 정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과 희생된 스위스인의 유품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사 절차상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꽤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종료 이유는 사건 이후 스위스 측이 이집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했는데 이 조치에 불만을 가진 이집트 측이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서, 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3년 만에 종료시키는 건 피해자나 유족 입장에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인 제재나 법적인 처벌이 내려지면 보복하고 자신들이 믿는 사상과 맞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폭탄을 터뜨려 총을 쏜다.

그 폭탄과 총에 맞는 건 죄 없는 시민이나 관광객들이다.


이 연쇄는 어디까지 계속되는 건지...

슬프지만 계절이 돌아가듯이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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