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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Vol.2 베슬란 학교 인질 사태

어린아이들의 희생

by Illy

〇베슬란 학교 인질 사태란?

2004년 9월 1일.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100마일(약 160킬로) 거리에 위치해 있는 북오세티야 공화국 베슬란시에 있는 학교에 무장한 약 30명이 침입했다.

f.png 베슬란의 위치. 우측 빨간 틀 부분이 체첸 공화국이다.


그들은 체첸공화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과격파 집단이었으며 학생, 보호자, 교사를 인질로 잡았다.

인질 사태는 9월 3일까지 계속되며 러시아군이 투입되면서 사건이 종료되지만 결과적으로 약 400명이 목숨을 잃었다.


9월 1일은 개학 날이라 부모님도 학교에 와 있어 인질은 한 때 1000명을 넘었다.

중간에 임산부 및 영유아 등 일부가 해방되기는 했지만 많은 아이들과 직원은 체육관의 무더위 속에서 굶주림과 목마름, 공포와 싸워야 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3일에 러시아 측 특수부대가 투입되었을 때 총격전이나 폭발로 인해 발생했고, 범인들도 모두 사망하였다.



〇체첸 공화국이란?

러시아 연방 북캅카스 연방관구에 속하는 자치공화국이다.

위치적으로는 조지아나 아제르바이잔 등 중동 지역과 가까운 위치에 있고 베슬란시도 인근지역이라 할 수 있다.


소비에트 연방 해체 후 체첸 공화국으로서 독립을 추진하는 독립파와 러시아 잔류파에 의한 분쟁(1991년부터 1차 체첸분쟁, 1999년부터 2차 체첸분쟁)이 일어났고 이 사이에 테러 사건(체첸공화국 대통령 살해 사건, 여객기 동시 폭파 사건,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었다.


베슬란 사건 범인 그룹도 체첸에서 러시아군의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었고, 보도 등에서는 알카에다 과격파도 체첸 독립파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〇왜 베슬란이 표적이 되었을까

베슬란은 정확히는 "북오세티야 공화국"에 있는 시인데 왜 여기가 표적이 되었을지 당시 뉴스를 보던 나는 궁금했었다.

이 사건에 앞서 일어난 모스크바 극장 테러 사건과 달리 과격파들이 러시아의 도시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의아했던 것이다.


왜 베슬란시였는지, 왜 이 학교였는지는 지금도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북오세티야에 체첸 독립파의 테러나 폭동을 억제하기 위한 러시아군의 거점이 있었다는 부분이 표적을 정하는 데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북오세티야는 러시아를 도와주고 있는 지역이었고 체첸의 입장에서는 "적"이었다.


2009년, 대외적으로는 체첸분쟁의 종료를 선포했지만 이후에도 테러 사건이나 기자 암살 사건 등 체첸 공화국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다.




일상을 사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 선생님들이 독립을 위한 투쟁에 희생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작사 등이 불분명해 링크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예전에 이 사건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상을 봤었다.

(사건 후 몇 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당시 학교에 있었던 아이들에게 폐허가 된 학교를 보여주고, 또 자세한 인터뷰까지 해서 너무 잔인하다 싶어 정신 건강이 걱정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영상에서 아버지를 잃은 어떤 남자아이가

"체첸인을 죽이고 싶다"라고 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건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복수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그 감정까지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이다.

그 아이는 이제 청년이 되었겠지만 어떻게 살고 있을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 체첸 공화국의 수장은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있고 군인을 파견하기도 했다.

당시 테러 사건 자체도 너무나 화가 나고 슬프지만 그렇다고 지금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여전히 전쟁. 여전히 폭력.

결국 달라진 건 없고 약한 사람이 위험에 처해야만 하는 그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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