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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Illy
Jul 18. 2023
예방약 찾기
결국은 스트레스가 천적
요 며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면서 약도 먹었다.
나는 약을 싫어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약 생각만 해도 기분이 침울해질 정도로 싫다.
아마도 원인은 어릴 때에 있다.
꽤 자주 아프면서도 표현을 안 했던 나는 증상이 꽤 심각해지고 나서야 병원을 갈 일이 종종 있었다. 상처나 열이 난 거라면 엄마의 판단으로 제때 병원에 가기도 했지만 중이염을 버릇처럼 앓고 있었던 나는 절개가 필요할 단계까지 참고 나서야 엄마한테 아프다고 말했었다.
자업자득이지만 그런 경우에는 약을 오래 먹어야 했고 약 종류도 다양했다. 가루약을 먹으면 어김없이 사레들리고, 알약은 목에 걸려 따갑고... 그때의 힘든 기억 때문에 약을 삼킨다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병원에 가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약을 먹는 게 정말 싫다. 그래서 어떻게든 수면이나 영양 섭취로 회복이 안 될까 하면서 버텨 볼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전만큼 참지 않고 병원에도 가고 약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이제는 아픔이, 참는 시간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면 이제 낫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아픈 몸에 약이 들어가서 몸이 가벼워짐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건 익숙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도 병원에 가면 돼.'
이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다.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병원도 안 가고 약도 먹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런 와중에 병원에 갈 때마다 듣게 되는 소리.
"피로는 좀 푸셔야 하고 스트레스 받으시면 안 되고요......"
아아, 스트레스 투성이인 나는 계속 병원에 다녀야만 하는 걸까.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아프다가 먹는 알약 말고 예방약 같은
존재가 없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잘 살펴보면 은근히 많다.
예를 들면 밤에 가족과 함께
하는 각종 게임들.
오후 3시에 먹는 한 알의 초콜릿.
모든 집안일을 끝내고 침실의 불을 키는 순간.
컴퓨터 앞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집중하고 있다가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듣는 잠깐의 시간.
무더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가족과 함께
먹는 팥빙수.
원래 있었던 것들에 눈을 돌리기만 해도 더 편안하게 더 생기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서서히 약이랑도 멀어지지 않을까.
물론 이미 증상으로 나타난 질병을 치료할 힘까지는 없어 나는 오늘도 병원에 갔지만
그래도 괜찮다.
치료는 의사 선생님과 약에 맡기고 나는 당연하게 곁을 지키는 것들과 가볍고 편안한 매일을 보내려고 노력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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