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삶, 나의 삶

by Illy

습하고 더운 날씨를 뚫고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엄마와 걷고 있었던 나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매미로 안 태어나서 다행이야"


아마도 매미가 땅 밖으로 나와 7일밖에 못 산다는 사실(최근 연구에서는 길면 약 한 달은 산다고 한다)을 유치원에서 듣게 되어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엄마는 그런 발상이 귀여웠다고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웃곤 한다.




서른세 살. 나는 매미보다도 훨씬 오래 살았다.

매미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여름 외의 계절도 안다.



매미처럼 크게 울지도 못하고 주목받을 만한 일도 안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먹고 살아왔다.

맛있는 것도 먹고 웃고 놀기도 하고......


모든 날을 하나의 봉지에 그대로 담아 감정사가 감정해서 라벨을 붙인다면 "행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무난" 정도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나쁘지 않다.



하지만 유치원생이었던 나처럼 아무 근심도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이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매미가 힘차게 울만큼 나는 무언가에 충실하게 임하지 못했다.

확률상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에 대해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데에 시간을 쓰기도 했다.

내 욕심은 숨겨놓고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시간을 쓸데없이 버티기도 했다.



내가 라벨을 붙이는 감정사라면 "아쉬움"을 붙이지 않을까 싶다.

경험은 그럭저럭 있어도 그걸 살리지도 누리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좀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지 않으면 매미의 삶을 짧다고, 슬프다고 울었던 어린아이에게 면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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