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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클리어
생각이 많은 플레이어
by
Illy
Jul 4. 2023
나에게 게임은 애매한 존재다.
어릴 때부터 집에 게임기가 있었고 유행하는 게임을 꾸준히 해오긴 했다.
하지만 몇 년을 해도 전투 장면에서는 손가락이 꼬이고 방어를 못하고
초점을 못 맞추고...
한 마디로
나는 게임을
"못한다".
친구나 가족과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면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더 빠르게 무너지기도 한다.
방향을 잡지 못해 떨어져 죽고 조준에 실패해서 총도 쏘지 못하고
그래도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하니 친구의 방해가 되고...
처참한 결과만 남는다.
못해도 즐긴다면 취미라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작품을 플레이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의무와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나에게 게임은 취미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게임기를 켜고, 또 올해 안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 검색하고 기대도 한다.
그렇게 애매하게
놀아서 그런지 지금까지 게임의 엔드롤을 몇 번 못 본 것 같다.
전투 없이 어떤 시점까지 가면 자동으로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을 제외하고 나만의 힘으로 엔드롤을 본 작품은 많지 않다.
보스를 깨지 못해 가족에게 컨트롤러를 넘기거나 끝을 보지 못한 채 기억에서도 지우게 된 게임도 종종 있었다.
그러던 내가 어떤 게임의 메인퀘스트를 전부 클리어했다.
항상 그렇듯
쉬운 모드로 진행해 당당하게 클리어했다고 하기가 민망하긴 하지만 나에게는 꽤 큰 성취감을 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클리어해 보니 해야 할 일들이 아직 정말 많이 남아 있었다.
미니게임, 크고 작은 사이드 퀘스트, 곳곳에 설치된 퍼즐들, 보물찾기...
전투는 줄어들었지만 여기서부터 끈기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메인 퀘스트를 깼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즐겁다.
심지어 어려운 모드로 진행하거나 무기를 끝까지 레벨업 시키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겼으니 한 번의 클리어가 주는 힘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내 단순함도 다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생소한 욕심들을 마주치고 나서 어떻게든 끝을 봐야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욕심이 생기고 계속 플레이해 나가면 취미가 되겠구나
싶다. 그래도 쉬운 모드로 플레이할 테니 당당하게 취미라 말하기를 내 양심과 수치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런 심경/상황의 변화를 겪으니 지금까지 끝까지 못하고 봉인되어 있던 가상세계들 생각도 난다.
지금이라면 그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 세계를 돌아다녀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세계에서는 엔드롤 끝에 뭘 발견할 수 있을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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