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현재
오늘은 일본 도쿄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학살사건과 현재 일본 정부의 자세에 대해 정리하겠다.
〇관동대지진 발생과 조선인 학살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본 관동 지방에 큰 지진이 발생한다. 도쿄를 중심으로 10만 명이 희생되었다.
점심시간대에 발생한 지진이라 요리 중이었던 집이나 식당이 많아 많은 목조건물들이 불에 탔으며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화재로 인한 사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9월 2일에는 개엄령이 내려졌고 지진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긴장상태에 있었다.(자연재해인데 치안 유지를 위한 개엄령이 내려진다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는 지적이 있다. (요네쿠라, 아즈사와 2006 참고))
그 속에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고 계엄령 때문에 생긴 자경단이나 지역 경찰들이 이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조선인을 잡아 살해했다.
판별 기준으로 일본어가 얼마나 유창한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중국인이나 시골에서 나와 방언을 쓰던 사람, 청각 장애인 등 표준적인 일본어가 서툰 사람들이 살해되기도 했다.
희생자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몇 천명 단위로 추정된다.
〇현재 일본 정부의 사건 외면, 부정
마침 이틀 전(2023년 8월 30일), 일본 정부 마츠노 관방장관이 이 학살 사건에 대해 "정부 내에 학살에 대한 기록이 없다"라고 말했다. 사건 자체를 부정하는 자세를 보이는 발언이다.
일본 정치가들의 사건 외면, 부정은 옛날부터 계속 있기는 했다.
역대 도지사들이 매년 해 오던 학살 희생자를 향한 추모글을 현 도지사인 코이케 유리코는 발표하지 않고 있고, 도쿄도 인권부는 일본 역사학자의 "학살이 있었다"는 발언이 나오는 영상에 대해 "학살을 사실로 보는 영상에 우려를 표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코멘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약간은 방향이 다르지만 정치를 업으로 삼는 사람의 망언도 있다.
학살 사건이 일어난 장소 중 하나로 유명한 도쿄 아라카와구 구의회의원은 트위터에서 "우물에 독을 넣은 것은 사실이었다"는 식으로 쓴 글을 올리기도 했다(이건 기록상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이런 글을 본 일부 사람들은 "그렇다면 학살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해서 댓글란은 차마 직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학살사건으로 기소된 일본인도 많다. 즉 재판 기록이 남아있다.
이런 공식적인 기록과 수많은 목격담(영화감독 쿠로사와 아키라, 소설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등도 목격한 사실들을 글로 남기고 있다)이 존재하는데 기록이 없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정부가 역사적 사건에 대해 "기록이 없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 자체가 공포 그 자체다.
정부는 기록을 보관하고 잘 관리하는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로 없다면 그건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일 것 같은데...(없을 리도 없고...).
그렇게 일본 정부는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진상을 규명하려는 사람들을 조금씩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부정한다는 정치가나 유명인사들의 말을 환영하고 있는 시민들이 이미 상당수 존재한다. 정부의 자세가 이렇다면 앞으로도 그 수는 늘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무서운 일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지금은 사건의 유무를 논할 때는 아니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록을 잘 정리하고 보관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하지만 일본 정부에 기대는 못하겠고 막막하다.
자랑스러운 나라, 국민으로 살고 싶다면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반성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는 나라로 만들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도쿄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거라는 이야기는 내가 어릴 때부터 있었다.
적어도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1923년부터 100년 이내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매년 듣고 있었던 것 같지만 어느새 2023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대지진에서도 어김없이 이상한 소문들이 났다. 학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소문 때문에 공포에 떨고 상처를 받고 위험을 느끼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나는 무섭다.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우기고 있는 사회에 우리 가족과 친구들이 살고 있다.
참고자료
카토 나오키 "구월, 도쿄의 거리에서-1923년 간토대지진 대량학살의 잔향-", 카이로스 총서 37(일본어판으로 읽음)
米倉勉・梓澤和幸(2006), "朝鮮人・中国人虐殺事件の真相究明と謝罪を", 法学セミナー2006-10, 評論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