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는 건축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이 드물다. 간혹 몇 명 있다고 해도 일에 치여 지쳐보이는 그 친구들에게 건축 이야기를 다시 꺼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으며, 평소에 접하기 힘든 한 명의 건축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건축 철학, 시스템을 접할 수 있어서 새로웠다. 저자가 추구하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철학 중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적어본다.
‘많은 이벤트가 쉴새없이 일어나는 공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살냄새나는 공간’
‘끊임없는 출입이 일어나는 유기체와 같은 공간’
공간의 속도가 느린 홍대 거리도, 런던의 아담한 코먼 공원도, 마당과 골목이 있었던 서울의 한옥도 저자가 추구하는 그런 건축의 모습들이다.
큰 건물과 자동차로 가득찬 삭막한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의 보편적인 이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추구하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철학은 ‘연결’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떠올려 보게 한다.
현재 아내와 나는 비교적 신축인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는데, 살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결핍이 바로 이 ‘연결’이다. 옆집에 개가 짖어 시끄럽게 해도 옆집 사람과 친분이 별로 없으니 말하기가 참 껄끄럽다. 우리집에 친구 부부와 그 자녀가 놀러왔다가 아이가 잠깐 뛰었다고 경비실 통해 전화가 와도 대응하기가 참 곤란하다. 아래집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성격을 가졌으며, 무엇을 하던 상황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분리되어 있어 깨끗하고 편하지만, 바꾸어 보면 연결이 없고 삭막한 구조인 것이다. 이런 구조에 사는 것이 언제부터 우리에게 당연한 일이 되었을까…?
다행이 우리 부부는 이에 대한 뜻이 맞아 앞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갈 것을 결심했다. 앞으로 태어나게 될 자녀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되고, 우리에게도 분명 유익할 거라 생각한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어떤 이벤트를 겪으며 살아가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그 정해지지 않은 계획이 우릴 더 설레게 한다. 때로는 갈등이 있고 아픔이 있을테니 두렵기도하지만, 분명 그 ‘연결’이 존재하는 공간이 우리의 삶을 ‘더 걷고 싶은 삶’으로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Figure 1) https://www.masilwide.com/humanspace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