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0

새해를 맞이하며

by 흐를일별진




이른 아침에 일어나 급히 일을 끝내고 쓰러지듯 다시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중천이었고 구름 사이로 뜨거운 햇살이 내 얼굴을 비췄다. 그 태양빛은 찰나의 순간 내게 왔다 사라졌지만, 나는 한참을 멍하니 눈 앞에 아른거리는 빛에 빠져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1월 1일 새해의 태양을 이런 식으로 보는구나.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아니지만 구름 사이로 강렬하게 모습을 비춘 태양이 내 새해의 빛이구나. 새삼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오후 3시. 마냥 누워만 있기 그래서 일어나 씻고 청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누군가 해가 바뀌었다는 걸 말해주지 않는다면 절대 알 수 없을 평범한 일상이 흐르는 거리.
천천히 길을 걸으며 사람 구경을 했다. 여전히 누군가는 삶을 살기 위해 리어카를 끌었고, 어떤 이들은 고기 한 점에 술을 마시며 우정을 다졌고, 또 어떤 이들은 사랑을 고백하며 서로의 품에 안겼다.
그 사이의 나는 이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음을 감사하며, 한 해를 마감하고 지금을 돌아보며 숨 쉴 수 있음에 행복해했다. 타인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것. 그래, 오늘이 그랬다.

나의 1월 1일. 2020년. 서른넷의 첫날.


이상하게도 바로 어제가, 지난 몇 달의 시간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분명 내게 일어났던 일들이 맞는데 그에 대한 모든 감정들이, 옷에 붙은 먼지가 떨어지듯 훌훌 털려버린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오래전부터 새해를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과거는 성장의 발판으로 두고 새로운 기억을 쌓아 올리고 싶은 마음. 거기에 서른 넷이라는 나이가 모든 계획에 완벽함을 덧입힌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선, 2020년이 되자마자 이렇게 깔끔해진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다.

어찌 됐건 중요한 게 있다면, 평범하게 시작된 나의 새해는 앞으로 화려하게 펼쳐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는 것. 왠지 올 한 해는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