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로워질 때

혼자는 괜찮은데

by 흐를일별진



한동안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혼자, 아무런 타격 없이 있을 때는 그저 긍정적이고 해맑았는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밖에 나가 있을 땐 컨트롤이 안 됐다. 그래서 자꾸만 사람이 미워졌고 화가 났고 억울했다. 왜 나에게만 깐깐한 기준이 적용되는 걸까, 배우려는 태도가 문제인 걸까. 온갖 생각이 들어서 우울해졌다.

어두운 감정에 잠식되지 않으려 매일같이 명상하고 CCM을 듣고 때로는 불경까지 들었다. 정서 치유와 두뇌에 좋다는 델타파를 들어가며,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는데. 그런데도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본을 쓰느라 1L가 넘는 커피를 마신 날. 카페인이 과한 건지 심장이 뛰어 잠을 자지 못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다음날 있을 수정 요구사항이 걱정이었고, 발전하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내가 눈앞에 그려졌다.
그런데 그때,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혼자 있는 건 외롭지 않았다. 다만 내가 마음을 컨트롤하지 못 할 때. 그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품이 간절하게 그리워졌다. 애정이 가득한 사이의, 넓은 품. 연애 중에 내가 좋아했던 건 그에게 안겨 잠드는 순간이었다. 나보다 큰 품에 안기는 감각. 굳이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내게 그 사람의 품은 만병통치약이었다.
그 시절의 감각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일까. 그가 그리운 건 아닌데, 연인의 품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기는 했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음. 나는 사랑이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사랑받는다는 그 감각이 그리운 걸까. 연애라는 행위?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치유 존재로서의 사람? 그럼 몸이 필요한 건가.

그렇다면 굳이 연애라는 걸 할 필요가 있나.
힘들 때만 연애 생각이 난다는 건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니지 싶다. 지극히 사적인 감정,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시간도 요즘엔 아깝게 느껴지는데... 연애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사치인 걸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은 그저 찰나의 외로움일까. 아, 갑자기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