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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지만 우아하게
Jan 16. 2024
시간관리는 중요하다. 분초를 다투는 경쟁사회에서 시간관리는 미덕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절대적인 시간은 같지만 어떻게 시간을 쓰는지에 따라 시간의 양과 속도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평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많은 시간들이 흘러간다. 한편 과제나 프로젝트의 마감기한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무언가에 몰입하면 시간이 더 부족해진다. 가령 처음 영어공부를 하거나 수영을 배우면 잠시의 노력에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는다. 하지만 점차 더 큰 목표가 생기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나는 하루에 50분 정도 공부나 운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그러면서 블로그 글이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거의 모든 시간을 아껴서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경각심이 찾아온다. 초조함과 불안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맨다. 평소에는 그렇게 더디게 흐르던 시간이었는데 하루에 1시간, 2시간, 아니 3시간 이상을 쏟아붓더라도 좀처럼 충분하지 않고 더 해야만 할 것 같은 목마름이 생긴다.
영어공부와 수영, 모두 나의 경험담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자부하는 나는 기록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제법 고가의 정교한 시간관리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12월 초에 받았는데 얼른 첫 장을 적고 싶은 마음에 연말이 얼른 지나가길 바라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나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삶의 방향과 존재론적 목적에 대한 마주침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이러한 질문과 함께 1월이 찾아왔고, 고대하던 다이어리에는 빼곡하리라 기대했던 하루의 일과가 아닌 새벽기도, 말씀묵상, 성경 읽기, 기도만 적혀있었다.
지금 글을 적는 순간에 이런 감사함이 있다. 생애 처음으로 시간관리에 매진해 보고자 다짐했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은 시간관리에 앞서 우선순위를 알려주고자 하셨다. 최근 아내가 보내준 성경구절이 이런 내 마음을 잘 보여준다. 달음질을 준비하던 나에게 하나님은 잘못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않도록 권면하셨다. 그리고 내가 절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오늘도 하나씩 알려주고 계신다.
(고린도전서 9장)
24.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 다 달릴지라도 오직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상을 받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
25.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 그들은 썩을 승리자의 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