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발단은 정씨의 호의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까마귀가 불쌍하다며 호들갑을 떨던 정씨는 삼각땅에 사체를 기어코 가져가 묻어줬다. 밭 끄트머리를 호미로 내리치며 네 줌 정도의 흙을 꺼내 새를 묻었다. 정씨가 모래를 덮자 갑자기 작은 언덕이 흔들리며 숨 쉬듯 들썩이기 시작했다. 정씨는 이놈이 죽은 것이 아니구나 싶어 놀라 엎어졌다.
정씨는 눈만 꿈뻑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쉽게 진정이 되지 않자 호미를 놓고 눈을 질끈 감았다. 산 놈이라니! 눈알이 뒤집혀 콱 가만히 있는 것이 사람 무서워 가만히 죽은 척을 했었구나! 정씨는 밭고랑에 뉘어 숨을 색색거렸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누워 쉬어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정씨는 누워서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참 기이한 일이었다. 살아 있었으면 진작 날아갈 것이지, 묻은 후에야 신나게 날아갈 것은 뭐고, 날아가도 발톱 없이 다니면 곧 운명을 달리 할 텐데 저도 살아보겠다고 도망친 것은 또 뭔가. 어디선가 멧비둘기 국-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에서 새들이 빙빙 돌며 구름에 박혀있었다. 정씨는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니 저 구름 있는 쪽이 천장이라 생각했건만, 새들한테는 땅일 수도 있겠다고 중얼거렸다.
한시진이 지나고 정씨는 이럴 때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호미로 고랑한줄 땅을 뒤집어도 날갯짓이 정씨 가슴 속에서 퍼덕이는 것 같았다. 끄트머리에 묻은 사체를 다시 제 눈으로 확인해보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음서도, 괜히 지리멸렬한 짓을 하는 것이 썩 마음에 편치 않았다. 손바닥만큼 작은 놈이 자신을 가지고 노는 기분이 들어 불쾌하기도 했다.
호미로 정씨는 돌들을 두들겼다. 성긴 땅이라기엔 돌이 너무 적고, 부드러운 장소라기엔 흙이 딱딱했다. 싹을 심어도 자랄 땅이 아닌데 논밭으로 쓴 땅인가 싶을 정도로 양분이 없었다. 하지만 일하는 마당에 할 생각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요것이 너무 부드러운데.”
죽 파헤친 땅에 콩벌레든 쥐며느리든 미물이랄 것 하나 없는 게 이상했다. 밭을 지나가는 나무뿌리 하나 없는 땅이라니, 도로공사라도 하며 땅을 건드렸다 싶어 혀를 찼다.
정씨는 파를 동여매고 고이 눕혔다. 흙을 하얀 부분만 살포시 덮어주며 파가 이불을 덮고 자는 상상을 했다. 니들은 어디 도망가지 말라 되뇌었다. 일을 마치고 일어나는 정씨에게 흙더미가 눈에 밟혔다. 파뿌리를 덮고 있는 작은 둔덕이 숨을 내쉬듯 퍼덕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