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들일랑 먹을 준비만 하면 끝이여.”
정씨는 제사상에 수저 두 짝을 놓았다. 집 안에 차린 음식들의 김이 올라오며 창에 김이 서렸다. 정씨는 상다리를 창 쪽으로 끌었다.
“뭣 헌다고 추운 쪽에 밥상을 걸로 딱 붙여서 두냐? 무릎 시렵다.”
“그래야 망자가 일찍이 냄새 맞고 더 쉽게 찾아오지.”
신씨는 몸이 찬 것이 마음에 영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정씨 남편이 풍에 걸려 가기 전까지 결혼생활을 잘 알았기에, 별 말없이 입을 오물거렸다. 창을 살짝 열어 정씨가 절을 드리려고 하고 있을 때, 창밖의 감걸이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서 감을 콕콕 쪼고 있는 것이 신씨 눈에 걸렸다.
신씨는 밖으로 나가 빗자루로 휘휘 저었다. 그런데 매달린 까마귀는 속절없이 맞아 몸뚱이가 턱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것 아닌가? 위를 보니 제 발이 감걸이에 꽁꽁 얼었는지, 꽉 쥔 새 발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떨어진 몸뚱이는 색색거리며 날개를 퍼덕거렸지만 신씨는 빗자루로 몇 번이고 죽어야 할 몸뚱이를 몇 번이고 후려갈겼다.
사체를 두들기는 모양새를 보고 정씨는 놀라 소리쳤다. 신씨는 빗자루로 눈과 함께 사체를 쓸어버려 광주집이 모아놓은 눈덩이 속에 파묻었다. 혹여나 더러운 균이 묻었을까, 빗자루를 눈에 대고 벅벅 문질렀다가, 부엌에서 물을 끓여 팔팔 끓는 물을 이리저리 부어댔다.
까마귀가 파먹은 감은 터진 눈알마냥 흐느적거렸다. 신씨는 마늘껍질 까듯 얼어붙은 새 발톱을 뜯어내고 터진 감을 빼내었다. 아직 곶감이 되기 전 감이었다. 정씨라면 분명 께름직하다고 버려버리라 말했을 것이 뻔하다. 이 아까운 걸 버리긴 왜 버릴까 하며 찬장에서 꺼낸 그릇에 놓았다. 새가 쪼아 먹은 부분을 뒤집어 올려놓으니 영락없는 새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