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_3

by 장준

저녁 어스름이 지고도 손님은 오질 않았다. 겨울철에 장사가 되진 않아도 손님 한 명도 오지 않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신씨는 정씨가 나눠주었던 뻥튀기를 게걸스레 두어 개 먹더니 이빨 사이로 쯥 하고 소리를 몇 번 내었다. 창 너머 걸어둔 감꼬치에 까마귀가 부리를 처박고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번뜩 일어나 창을 빗자루로 두들겼지만 까마귀는 고개를 돌려 검정색 눈알만 보였다.


“저놈, 꼭 보란 듯이 저러네.”


신씨는 감걸이에 서있는 새대가리를 보고 있자니 머리칼이 쫙 뻗치는 것 같았다. 검은 눈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기분이 퍽 나빴다. 신씨는 까마귀가 자신에게 달려들어 눈알을 쪼아버리는 상상이 들자 식겁하며 괜히 생각을 돌렸다.

저녁에는 신씨와 정씨가 저녁을 같이 먹었다. 정씨는 반찬을 잔뜩 싸서 한달음에 온 것이었다. 새로 무친 김치에 뭉글히 끓인 팥죽을 전기밥솥 채 들고 온 것이 아닌가. 신씨는 빙판길에 짐을 싸온 정씨가 수고스러울까 고마우면서 멋쩍었다.

“뭣 한다고 집 살림을 다 들고 왔어. 몸만 오지.”

“아이. 동짓날엔 팥을 먹어야 해. 그래야 그 해 운이 좋아.”


억척스레 들고 온 김치통의 국물이 뚝뚝 흘렀다. 정씨는 개의치 않는 듯 손을 씻어 상을 닦기 시작했다.

“광주집요. 이사 간다 안허요.”

“이사? 뭔 놈의 이사를 가.”

“여지껏 땅 팔아 재끼고 한 것이 보니까, 지 누나 따라 갈랑가 싶소.”

“그럴 리가 없는데.”


정씨는 팥죽을 크게 그릇에 푸며 신씨 앞에 두었다. 둥둥 떠 있는 앙금이 한 개. 두 개. 세 개. 그리고 네 개.

“야, 대충 푼 것 같아도 이렇게 담음새가 이쁘니 참 손재주가 좋다. 여기에 칼국수 해먹으면 최곤데.”

“남은 걸로 칼국수 해요?”


신씨는 아니라고 손을 내저으며 앙금 하나를 수저로 씹어댔다.

“광주집한테 오천 남짓 돈주고 땅 살 때 분명 논마지기 하나 있는데. 거기를 팔 리가 없어.”

“오천 오백 주고 샀다고 안했소?”

“이것아. 말귀를 대충 알아먹어! 그 인간 땅이 서너군데 있는데 저 쪽 골짜기 올라가는 등산로 쪽에 삼각 논이 하나 있거든. 지금 돈이 거기 박혀 있는데 어디 가긴 어딜 가?”

“팔기는 왜 안판대요? 형님한테 이 땅도 쓱 하고 팔더니만.”


신씨는 흥분한 듯 소리를 꽥 지르며 말했다.

“그거야 모르지! 땅에 꿀을 발라놨나 아니면 제 딴엔 금 박힌 땅인가 그리 여기는가 본데, 영 헛똑똑이야. 셈을 아무리 두들겨도 돈 되는 장사는 아닌데.”


정씨는 소리에 놀랐지만 잠자코 죽을 휘젓다가 말을 이었다.

“그 논 있죠. 광주집이 저번에 나보고 맡아달라대.”

“맡아? 맡긴 왜 맡아.”

“자기는 바쁘다고 내후년까지 노는 땅이라고, 뭐 심고 관리하기 귀찮은가봐요. 나보고 뭐 작물 심고 싶으면 심으라대. 누구 들이지만 말고.”

“아따. 그 양반 참 신기하네! 그걸 너한테 말했다고?”


정씨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신씨는 수저로 그릇바닥을 덕덕 긁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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