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거리를 둘 필요는 없지 않나
"네가 아프니까 진심으로 마음이 아파." 최근 며칠간 위경련으로 앓아누워 24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날도 출근을 못해 병가를 쓰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날은 그 팀에서 마지막 근무 날이었는데,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병가로 누워있어야 하는 내가 한심했다. 과장님께는 출근 못한다는 말씀을 드려야 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과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출근이 중요하니? 네 건강이 중요하지. 네가 아프니까 진심으로 내 마음이 아파 진짜야." 전화를 끊고 큰소리로 펑펑 울었다. 아픈 것도 서러웠지만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상사가 있다는 것이 마음이 짠해졌다고 해야 할까?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과장님은 나에게 참 스승 같은 분이셨는데, 마지막 인사도 못 드리고 떠나는 것이 마음이 좋지 않았다.
흔히들 그렇게 얘기한다. 직장에서 친구 사귈 필요 없다고, 친하게 지낼 필요 없다고. 거리를 두는 게 더 좋다고. 직장은 말이 많고 소문이 많아서 진짜 내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일로 만난 사이인데, 굳이 친구 사귈 필요 없지 않을까? 적당히 일 끝나고 모르는 사이로 지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제 떠나는 과에서 나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에 어느 하나도 모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몇몇과는 정말 좋은 친구로 지내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 직장동료와 굳이 거리를 두어야 할까? 정말 잘 맞는 사람이라면, 정말 배울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면 사적으로도 만나며 친분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인간관계는 여전히 너무 어렵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