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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an 03. 2023

아무튼, 걷기

산책러버의 고백록


나는 걷기를 사랑한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을 세개만 꼽으라면 그 중에 하나는 반드시 걷기일 정도로 걷기를 사랑한다. 햇살을 담뿍 쬐며 길을 걷는 그 기분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두 팔 다리를 휘적휘적 내저으며 걷다보면 내 몸 안의 세포가 깨어난다. 경직되있던 온 몸의 근육과 세포, 피와 살, 뼈와 힘줄이 느슨하게 이완되는 느낌이 좋다. 내가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걷기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쉬운 행위이다. 그래서 나는 걷기를 사랑한다. 




오늘의 산책길은 수원의 둘레길인 팔색길 중 하나인 모수길이다. 모수길은 총 거리 22.3㎞로 모두 완주하려면  7시간이 넘게 걸린다. 모두 하루에 걷기는 무리이다. 그래서 나는 모수길 구간중 내가 좋아하는 구간을 따로 떼어 걷기로 한다. 화서역 5번 출구로 나와 서호공원에서 출발해 서호천을 따라 걷는 것이다. 모수길은 경기도 삼남길 중 하나인 중복들길과도 연결된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는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경때문이다. 녹지 않은 눈과 나무, 그리고 햇살이 합작해 만든 그림자, 그리고 누군가의 발자국.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따뜻한 풍경의 한 조각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순간에 나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걸을 수 있음에 기뻐하게 된다. 걸어야만 보이는 이런 풍경들이 나는 좋다. 




길을 걷다보면 아름다운 건축물도 만난다. 자연 안에 인간이 만든 어떤 것이 풍경을 새롭게 만드는 순간과 만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특히 그 건축물이 자연과 어우러져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가 된 풍경을 보는 것이 좋다. 내세우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원래 거기 있었던 것 처럼 존재하는 풍경. 그럼 풍경들을 수집하는 것도 산책의 즐거움이다. 




딱따구리를 만났다. 열심히 부리를 쪼아대며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 산책의 큰 기쁨 중 하나이다. 높은 곳에서 묵묵하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생명의 일상을 공유하는 기분도 든다. 그래 나도 너처럼 열심히 살고 있어. 우리 모두 살아있어. 





이런 풍경을 만나면 가만히 멈춰서서 가만히 바라본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바라본다. 햇살이 반짝이며 물 위에서 춤추는 것을 바라본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내 피부 위에서도 춤을 추는 것을 느낀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와 폐를 채우는 것을 느낀다. 더 없이 완벽한 순간. 이런 순간을 수집하기 위해 나는 걷는다. 아무튼 걷기가 좋다. 



* 수원 팔색길과 모수길에 대한 정보


https://www.suwon.go.kr/sw-www/deptHome/dep_env/env_05/env_05_04/env_05_04_02.jsp


https://www.suwon.go.kr/sw-www/deptHome/dep_env/env_05/env_05_04/env_05_04_02/env_05_04_02_01.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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