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자연의 프랙탈 질서

by 최정미의 뇌과학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면, 많은 현상이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제멋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요. 구름이 흩어지는 모습도 그렇고, 산의 능선이나 파도의 움직임도 딱히 일정한 규칙을 드러내지 않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이 복잡해 보이는 모습 속에도 사실은 깊고 견고한 질서가 숨어 있어요. 그 질서를 설명해 주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프랙탈 구조(fractal structure)' 입니다.


프랙탈이라는 것은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을 가진 구조를 말해요. 전체의 모양이 작은 조각 안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나는 성질이죠. 고사리 잎을 보면 큰 잎 하나가 같은 형태의 작은 잎들로 이루어져 있고, 나무가 뻗어나가는 분기 형태나 하천의 물길, 해안선의 굴곡, 번개의 갈라지는 모습까지...크기만 다를 뿐 비슷한 모양과 흐름이 반복됩니다.


이런 반복성은 단순히 “닮았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자연의 변화가 일정한 에너지 흐름과 규칙을 따라 스스로 조직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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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프랙탈 구조가 자연에 널리 나타나는 이유는, 자연계 대부분이 비선형 동역학(nonlinear dynamics) 으로 움직이기 때문인데요. 비선형 시스템은 작은 변화가 전체 흐름에 똑같은 비율로 영향을 주지 않아요. 아주 작은 요인이 전체 패턴을 크게 바꾸기도 하는데, 이런 상호작용이 계속 반복되면서 ‘부분과 전체가 서로 닮아 있는’ 자기 유사 패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산을 깎아 흐르는 물길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워요. 처음에는 아주 작은 홈에서 물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그 흐름이 반복되면서 점점 분기 구조가 생기고, 나중에는 큰 계곡의 지형과 놀랍도록 비슷한 형태를 만들어요. 물이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쓰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연의 ‘자기 조직화된 구조’인 셈입니다.


구름 속 난류나 바다 파도의 불규칙한 높낮이, 대기의 대류 현상도 얼핏 보면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반복되는 패턴과 에너지 흐름이 있는 것이지요. 겉으로는 혼돈처럼 보여도 그 아래에서는 일정한 질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입니다.


이런 자연계의 프랙탈 패턴은 복잡한 시스템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보여주는데요. 흥미롭게도, 뇌도 이런 비선형 동역학 위에서 작동하는 대표적인 복잡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뉴런들의 연결망과 전기적 활동 패턴을 보면, 작은 변화가 전체 리듬을 바꾸기도 하고, 특정 부분의 변화가 큰 패턴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식의 자기 유사성이 보이죠.


즉, 자연계의 프랙탈 구조처럼 뇌의 변화도 무질서가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드러내 줍니다.




“과학으로 세상을 밝힙니다. 최정미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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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동영상 링크 : https://youtu.be/s95yNA6F_WE


그림 출처 :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Examples-of-fractal-a-Examples-of-mathematical-fractals-Bovill-1996-b-Examples-of_fig1_340926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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