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안 하고 싶어요.

프롤로그-용서하지 마요~ㅠ

by 초록별쌤

억울함으로 상담센터를 찾은 20대의 여자분이 속눈썹에 눈물을 가득 매단 채 말했다.

분노가 심해져서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밤에 우연히 우리 상담센터 카페에서 이 글을 발견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고... 그리고 위로받았다고..

그 얘기를 들으며 지금은 기억하고 있지도 않은 나의 작은 글 하나가 힘이 될 수 있단 사실에 참 감사했다.


<용서>

복수를 결심하는 것은 두 개의 무덤을 판 것과 같고,

용서를 결심하는 것은 두 명의 목숨을 구한 것과 같다.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천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마 6:14~15)


분노에 가득 찬 내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을 그녀도 하고 있었다.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는데 어떻게 용서가 되냐고요~ 그건 진짜 아니잖아요~

저는 못해요.. 아니 용서 안 해요.." 그녀 가슴속 깊이 페인 고통들이 여기저기서 아프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녀의 온몸이 그 고통으로 인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렇치요.. 그렇게 상처를 줬는데..

그래서 상대를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용서라니 말이 안 되죠..

우리 용서하지 말자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는데 용서라니요..'

실은 상담사의 속마음에도 화가 올라왔다.

그녀는 내 마음이 함께 분노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내 눈치를 조금 살폈다.

'괜찮아요.. 당신의 화는 정당해요.. 그런 상황이라면 그 누구라 할지라도 화가 나는 게 당연하죠...'


자신의 화를 충분히 인정받고 나니 그녀의 화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대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가 돼요.. 그 순간엔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여전히 화는 남아있지만 상대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가 되시는군요..

애쓰셨어요.. 당신이 그렇게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 상대를 이해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녀는 몸의 떨림도.. 눈물의 양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 생각이 제일 많이 나실까요?'

"선생님이 상담센터 카페에 올려놓으신 글귀가 떠올라요.."


복수를 결심하는 것은 두 개의 무덤을 판 것과 같고,

용서를 결심하는 것은 두 명의 목숨을 구한 것과 같다.


"전에는 내가 아팠던 만큼 아프게 해주고 싶었어요..

두 개의 무덤을 판 거죠..

지금은 실은 잘 모르겠어요.."


'좋아요~ 여기까지 오신 것만 해도 잘하신 거예요~

너무 급하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지금은 뭔가 결론을 내는 것보다는 그녀가 가지고 살았던 감정들과 만나보는 게 우선이었다.

그녀에게 가장 큰 감정은 분노도 억울함도 슬픔도 아닌 '외로움'이었다.

혼자서 외롭게 억울하고 외롭게 화를 추스르고 외롭게 슬펐다..

아무도 그녀의 고통과 함께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외롭게 자신의 감정과 싸워야 했다.


상담사가 그녀의 고통과 함께 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녀의 외로움을 토닥거렸고

그녀는 외로움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상담 회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그녀는 알게 되었다.


상대를 용서하지 못한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었던 자신에게 화가 더 많이 났다는 사실을...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혼자서 답답해하고 분노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자신과 만나고 나자 답답했던 그녀의 마음이 드디어 터져 나왔다.

"난 상대가 나를 무시한다고만 생각해서 더 화가 났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이 그렇게 느끼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늘 혼자였기에 내 생각과 감정을 검증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선생님이 저의 화를 인정해 주셨고 제가 외롭지 않게 함께 해주신다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저의 솔직한 모습들이 보여요~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녀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


'용서를 결심하게 되면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한 거라고 했지요? 하지만 우린 지금 목숨까지는 구하지 맙시다~'

"네? 용서하지 말라고요? "

'지금은 억지로 용서까지 가지는 말고...'

나의 말이 궁금해서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를 용서하지 말고 자신을 먼저 용서하는 게 어떨까요?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었기에 바보 같았고 조금은 미웠던 자신을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을 사랑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는 어떻게 해요?"

'나중에 마음이 허락하면 그때 그를 용서해 주세요~~'

" 아~~ 네~~^^ "

'천천히 가는 게 오히려 빠른 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초록별쌤의 말

용서는 어려운 것이기에 할 수만 있다면 그만큼 기쁜 일이 되겠지요..

하지만 급하게 끌어당기면 또다시 화가 나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화가 났을 때 생겨난 상실감이 조금씩 채워지면서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면

조금 힘이 생기고 용서를 향한 길이 빨라지기도 해요~

그녀의 화를 이 공간에 다 쓸 수는 없었지만 상담하는 내내 그녀의 '화'와 만나면서

그녀의 가슴속 깊이 울고 있는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었어요~

내 안에 있는 '내면아이'랑 친구 만들어 주고 싶은...^^

언젠가 내 안에 있는 그 아이 얘기도 쓸 기회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프롤로그

'울어도 돼~ 편하게 울어~' 2권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뭔가 더 당신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책제목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여러 제목을 두고 돌고 돌아서 다시 이 제목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은 얘기를 담고 있는 당신의 눈물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으니까요~

이 공간 속에서 당신의 눈물이 인정받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