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참 안 됐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의 어깨가 내려앉아 보였다.
상담실에 들어와서 눈을 마주치게 되면 밝게 웃으며 인사하던 친구였다.
'힘든 일 있으셨어요? 오늘따라 기운이 없어 보이네요~'
"또 떠났어요.. 내가 더 잘하겠다고 그렇게 붙잡았는데 그녀는 차가운 등을 보이며 가버렸어요..."
그가 울먹였다.
'여자친구랑 헤어지셨군요.. 하지만 여전히 당신은 그녀를 보내지 못하셨고요..'
"매번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젠 모든 게 포기가 돼요.. 난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거예요"
'어떤 것이 당신에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게 할까요?'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되면 난 최선을 다했어요..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에게 마음을 쏟았어요..
하지만 늘 불안했어요. 갑자기 그녀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때론 집착하게 되고
조금만 연락이 안 돼도 화가 났어요. 난 걱정이 돼서 그런 건데 그녀는 내게 화를 내며 지친다고 말했어요.
사랑하는 만큼 함께 하고 싶은 거잖아요.. 사랑하니까 더 그렇게 되는 거잖아요..
내가 오랫동안 그렇게 마음을 쏟았는데 나를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마치 내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그녀에게 부족한 사람인 것처럼 얘기하는 그녀에게 너무 서운했어요. 내 마음 다 알면서.. 내가 그녀에게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다 알면서.."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는 잠깐 동안 눈을 굴리며 생각을 했고 입을 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당신이 그녀에게 그런 사랑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녀도 나를 믿지 못했으니까 나도 그녀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아요.. 난 인정받고 싶어서 몸부림쳤지만 아무도 날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그렇게 받고 싶었던 인정의 욕구를 채우지 못했으니까요..
누구에게 제일 인정받고 싶었을까요?'
갑자기 그의 눈시울이 빨개지면서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엄마요... 형만 인정해 주던 엄마.. 형은 늘 뭐든 잘했어요.. 내가 잘했던 것들도 형을 따라가진 못했어요..
그래서 형이랑 같이 있으면 늘 기가 죽었어요. 엄마는 나를 혼내시진 않았지만 형을 많이 칭찬하셨어요.
형에게는 엄마의 칭찬이 당연했고 난 늘 부러웠어요. 내가 죽어라 애를 써도 칭찬은 형의 몫이었죠.
그때 난 알았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것을.."
형으로 인해서 생겨난 열등감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란 생각까지 이어졌다.
어느 날 여자 친구와의 이별로 많이 힘들었을 때 그는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세상 여자들은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 다 떠나버리잖아."
엄마는 말했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 나타날 거야."
그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엄마도 날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날 사랑하냐고?
엄마는 참 안 됐다.. 다른 여자들처럼 엄마는 날 버리지도 못하잖아..."
그는 생각했다. 엄마는 엄마라서 그를 버리지도 못한다고..
그는 놀란 듯이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형은 칭찬해 주셨는데 당신을 충분히 칭찬해주시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지 않으실까요?
엄마는 당신이 행복해지길 원하실 거예요.. 그것 또한 당신을 향한 사랑이고요
엄마는 당신을 믿고 기다리시는데 정작 당신은 엄마의 사랑을 믿지 못하시네요~
그 얘기를 듣고 있던 그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초록별쌤의 말:
이 사례의 주인공은 애정결핍 상태로 성장했고 자신의 욕구조차 의심하며 사람들을 대했기에
계속 실패가 이어졌어요. 눈에 보이는 엄마의 사랑을 불신함으로 그 대상이 다른 여자들에게로 번져갔고
모든 사랑에 대한 실패각본을 들고 다녔어요. 상담이 더 이어졌고 그의 생각 속에 불신이 비켜나면서
엄마와 나눴던 긍정적 시간들을 기억해 내기 시작했고 새로운 사랑에 도전하게 됐답니다.
어쩌면 일반적인 얘기일 거라 스쳐 지나갈 만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너무나 큰 고통이기에 기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