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 일도 없는 하루였는데
분명, 오늘, 내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특별히 어떤 사건이 있었던게 아니지만 아주 사소한 어떤 부분에서 눈물이 왈칵 터진다.
그래, 그런 날이 있다.
정말 어이 없는 순간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눈물을 흘린다.
특별한 일이 없었지만, 아이들과 투닥투닥 보낸 하루의 시간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들이 있었지. 도통 낮잠에 들지 않으려는 둘째,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름성경학교에 도저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걸 준비하고 따라가느라 지친 마음, 그냥 티비나 보거라 하고 티비를 틀어주면서 느낀 죄책감, 잠깐이라도 햇볕 쐬고 좀 뛰어다니라고 데리고 나갔다가 또 두 아이의 떼부림에 지쳐서 한 시간도 못 버티고 들어왔던 일... 뭐 그저 그런 하루였다. 남편은 주말인 오늘 출근을 했고, 나는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였다.
분명히 행복한 순간이 더 많다. 아이가 예쁜 순간이 훨씬 많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보다 훨씬 더.
그런데 횟수나 크기와는 상관없이 어느 순간 복받쳐오른다.
특히 아이들을 재우는 밤 시간에 예민해진다. 나는 피곤한데, 아이들은 안 자려고 한다.
그래도 예전엔 악을 쓰면서 잠 투정 하던 둘째가 웃으면서 놀다가 좀 늦게 자는 건데 뭐. 언젠간 자겠지. 하고 여유롭게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한 시간이 넘도록 안 자고 버티는 통에 첫째도 지쳐서 '나 아빠랑 잘래' 하며 가버렸다.
그래 고맙다. 아빠랑 잔다고 해줘서 고맙고, 또 아이를 데리고 자는 걸 기뻐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지 않는 둘째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그리고 정말 어이없는 짜증과 분노를 표출했다.
"제발 좀 자라고!!! 엉엉..."
이제 20개월인 둘째는 엄마가 우는게 어떤 건지 안다. 엄마가 아프다고 우는 시늉을 하면 다가와 부비적거리며 머리를 쓰다듬어줄 줄 아는 아이다. 아마 어두운 잠자리에서도 엄마가 울고 있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제 나름대로 엄마 눈치를 보면서 뒤척이다 잠들었다.
내 육아만 이렇게 힘든 것인가.
그럴리가 없다.
나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의 친구들을 이미 많이 알고 있다.
내가 유독 약해 빠진 것인가.
아니야. 내가 얼마나 씩씩한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걸 분석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내 감정이 복받친 것이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아주 작은 갈등들이 쌓이고 쌓이면 정말 어이없는 곳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한다.
그런데 또 같이 시간을 좀 보내고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풀어진다.
우리에겐 이번 휴가 기간이 그러했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던 우리,
엄마 아빠가 '둘이서 시간 좀 보내라'고 아이들을 봐주시는 짬짬이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로를 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아이들과는 그런게 아직 안돼지. 당연히.
어른으로서 감내하고 감당하고 참아내야하는 것이 있다.
'불필요한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폭발하게 되는 걸까.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일까.
부디 '감정적이고 짜증스러운 엄마'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똑똑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엄마'이고 싶은데
나란 사람은 너무 부족하고 보잘것 없다.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또 엄마로 살아가야 한다.
나의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욕심이
날 짓누르고 있는건 아닌지
좀 더 돌아봐야겠다.
Photo by Benjamin Manle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