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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Oct 23. 2020

엄마의 자유 시간

너무나 소중한 엄마의 시간

 드디어 둘째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계획보다 일찍 보내게 되었다. 아이를 돌봐주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못 오시게 되면서, 그간 평일 오후에 하고 있던 레슨을 갑자기 그만둘 수가 없어서...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마침 자리가 생겨서 둘째를 보내게 되었다.

 언제나 어린이집 보내기 전의 엄마 마음은 '미안함'이다. 너무 어릴 때 다른 사람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못내 미안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더 잘 적응해주고 있다. 아픈 데 없이, 씩씩하고 즐겁게, 다른 형아 누나들에게 이쁨을 듬뿍 받으며.

 생각보다 일찍 왔다. '그 날'이.


 이 날을 기다렸다.


 '그 날'이 오면 무얼 할까. 계획도 세워보고 상상도 해보았다.


 그간 아이가 있어서 할 수 없었던 일,


 마음껏 책도 읽고, 앉아서 손글씨 연습도 하고, 유튜브 영상 작업도 좀 퀄리티 있게 해 보고, 카페 운영도 잘해봐야지. 글도 자주 써서 올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뜨개질도 다시 시작해볼까. 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일들을 이제 제대로 시작해봐야지.


 -티브이 VOD 다시 보기 정기결제권을 끊어냈다. 이제 티브이도 안녕.

 -낮잠은 자지 않겠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까운데 그깟 잠으로 소비할 순 없지.

 -집안일은 계획성 있게, 후다닥 빠르게 해치우자. 질질 끌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쓸데없이 스마트폰 들고 멍하니 시간 보내지 말자.

 

 이제 3주째다. 그나마 아이들 등원 후에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딱 3일이다. 나머지 2일은 온종일 레슨을 해야 해서.

 하루하루 주어진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밥 해 먹고 설거지하는 시간도 아끼고 싶고 심지어 머리 감는 시간도 아깝다.


 아이들 등원시키자마자 카페나 도서관으로 출근(?) 한다.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을 꺼내서 요즘 빠져있는 굿노트 앱을 활용해 손글씨도 연습하면서 큐티부터 한다. 매일 정리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한다. 가계부나 일정, 계획을 세우며 굿노트 앱 갖고 한참 놀다가.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정하고 섬네일 디자인도 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도 한다. 연습도 해본다. 중간에 밥도 먹어야지. 일주일에 두 번은 이유식을 만들어야 한다. 밥솥을 세 번 돌려야 한다.  아침부터 쌓아둔 설거지거리를 해치운다. 바닥에 널브러진 장난감과 책들을 치운다. 청소기를 한번 돌린다. 그런데... 벌써 아이들 키즈노트가 올라온다. 벌써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는 중. '앗!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싶어 시간을 보면 2시가 훌쩍 넘음. 아까 하던 편집이나 일을 좀 하다가...'여기까지만... 여기까지만...' 하다가 시간이 훅 간다. 영상이고 이미지 디자인이고... 편집은 진짜 시간이 오래 걸린다. 4시다! 오늘 저녁은 뭘 해주지. 국이라도 후다닥 끓여놓고 하원 시키러 나간다.


 일주일에 3번, 하루에 약 7시간이 주어진다.

 이 7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정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같아서 꼭 움켜쥐고만 싶다. 결혼하기 전, 아니..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내 시간은 나의 것이었는데, 이제 나의 모든 시간은 아이들 위주로 돌아간다.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시간은 진짜 쏜살 같이 흘러가는데,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의 시간은 너무 더디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너무 예쁘고 너무 행복한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너무 안 간다 ㅋㅋㅋㅋㅋㅋㅋ


 아이들 데리러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집을 나설 때는 또 다른 설렘이 있다. 보고 싶다. 내 아이들. 첫째는 이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종알종알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 마이마이 보고 싶었어'

 'OO(자기 이름), 엄마 마이마이 사랑해'

라고 하루 종일 엄마에게 고백한다.

 

그럼 나는 또

 '엄마도 많이 보고 싶었어'

 '엄마도 많이 많이 사랑해'


 엄마가 이 시간들을 잘 사용해서... 너희에게 좀 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게.

 엄마는 엄마의 삶을 더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 엄마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야.

 너희 때문에 엄마의 삶을 희생했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너희 덕분에 엄마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얘기해줄 거야.

 너희들이 엄마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도록,

 너희들이 엄마를 더 자유롭게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갈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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