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따라 올라오면 항상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어릴 적 묵호역에 도착해서 이 길을 걷던 내 모습이다.언제나 항상 그 기억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있다. 그때는 이곳에 생선으로 어묵을 만드는 공장이 있어서 근처에만 와도 어묵 냄새가 진동을 했었다. 그래서 그 어묵 냄새를 맡을 때마다 "아~ 내 고향 묵호에 왔구나" 하며 반가워했었다. 그런 추억이 항상 떠오르는 곳이 붉은 언덕길이다.
이 길을 다 올라올 즈음이면 천사 같은 고운 심성을 가진 둘째 이모가 사시던 집이 있다. 이모는 대구에서 이곳까지 멀리 시집오셨다. 그때는 중매쟁이들이 있어서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는 덕장을 운영해서 넉넉한 살림살이가 있는 곳으로 시집을 오신 거였다. 하지만 시댁에는 많은 일꾼들과 어린 시동생들이 있어서 뒷바라지해야할 사람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마당에는 도사견이라는 덩치크고 무서운 개들을 여러 키워 돌봐야할 일이 많았다. 어린 내 눈에 비친 이모의 모습은 아무 말없이 부지런히 일하시던 모습이었다.
세월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는다. 이제 그 거리에서 다시는 어묵 냄새를 맡을 수 없고 이모의 따뜻했던 마음도 다시는 느낄 수가 없다. 지금은 그 시절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변해버렸다. 그래서 마치 다른 곳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따뜻함으로 남아 언제나 기억되는 정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