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사람들 10

신전사 사장님이 폐업을 하시던 날.

by 그린로즈
2019년 1월 18일


한때 묵호에서 가장 땅값이 비쌌던 곳이 옛 발한 삼거리 주변이다. 묵호가 한창때에는 그곳 주변으로 많은 브랜드들의 매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어릴 적 정선에서 기차를 타고 묵호에 올 때면, 신기한 것들을 파는 상점이 많은 이곳을 얼른 구경하고 싶어서 기차가 빨리 묵호역에 한달음에 도착했으면 했었다.


신전사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때 당시 전화기부터 값비싼 전자제품을 파는 곳으로 자리매김했었다. 특히 건물의 모양이 삼각형으로 길쭉하게 뻗어 있어서 파리나 로마와 같은 도시에서나 볼 법한 모양새가 참으로 인상적인 곳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 곳이었다.


어제는 작업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 앞을 지나쳤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곳이었는데...

2019년 1월 19일

오늘은 집으로 가는 길에 보니, 쇼윈도에 진열된 전화기들이 사라져 빈자리가 많았다. "갑자기?"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님께서는 진열된 전화기들을 헐값에 팔고 계셨다.


손님이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사장님께서 "이제 문을 닫는다"라고 하셨다. 청천벽력 같은 말씀이셨다. 내가 알기로는 이곳에서 40년을 넘게 꿋꿋이 장사를 하셨는데 정말 서글펐다. 사장님께 어린 시절 이곳 앞을 지나갈 때 신기한 물건들이 많아서 한참을 봤다고 말씀드렸더니, 40년을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이제 나이도 많아 힘이 들고, 또 친한 후배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사무실로 사용한다고 하길래 넘겨주시기로 했다고 하셨다.


다음 날 아침에 찾아가니 매장 안이 철거가 되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오래된 금성 검정 전화기를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2층 창고로 따라오라고 하셔서 갔더니, 창고 안에 있던 오래된 롯데 턴테이블과 북셀프 스피커를 세트로 주셨다. 이때가 2019년 1월 20일이었다. 그렇게 신전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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