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브레이크 때 미니밴을 타고 10일간 돌아다녔다.
때는 2013년. 박사 2년 차였는데 나와 우리 동기들 모두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바싹 말라비틀어져가고 있었다. 그나마 한 숨 돌릴 수 있는 스프링 브레이크만을 아기다리고기다리다렸다. 이때를 이용해 우리는 로드트립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 모두 로드트립이란 것을 해본 적은 없지만 다들 여행을 좋아해서, 마음먹고 나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주로 라덱이 총대를 메고 차 렌트와 숙소를 알아봤다. 나는 총무. 그리하여 나를 포함한 내 동기 5명과 내 밑에 학년 1명이서 로드트립을 다녀왔다.
아직도 이들과 그때 로드트립 참 재밌었지 얘기하곤 한다. 올해 1월에 만난 시모네와 라덱, 그리고 팬데믹 직전 우리집에 놀러온 조지와 조지의 여자친구 이후에 이들과 만나지 못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4월엔 시모네를, 7월엔 조지를, 이번 겨울에는 맷을, 그리고 내년 1월에는 모두를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다 취소가 됐다.
미네아폴리스 출발
Badlands, Devil's Tower, Mount Rushmore in South Dakota (Black Hills area)
Yellowstone National Park
Las Vegas
Hoover Dam
Sedona in Arizona
Grand Canyon
Boulder in Colorado
다시 미네아폴리스 도착.
워낙 거리가 머니까, 렌트카를 라스베가스에서 반납할 수 있었으면 소망했지만 그럼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포기했다. 만약 그게 가능만 했다면 조슈아 트리 (Joshua Tree)나 데쓰 밸리 (Death Valley)를 갔을 것이다.
나 (한국 사람이고 유일한 여자.)
시모네 (이탈리아 사람이고 게이라서 방을 같 써야 하거나 텐트를 같이 써야 할 때 늘 나랑 같이 썼다. 지금은 뉴욕에서 컨설턴트다.)
맷 (미국 사람이고 나의 베프. 지금은 싱가폴에서 교수한다.)
조지 (그리스 사람이고 사람들과 argue 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교수한다.)
라덱 (폴란드 사람이고 여행과 캠핑을 아주 좋아하며, 우리 여행 계획을 거의 혼자 다 세웠다. 고마워라. 지금은 미국에서 교수한다.)
탐 (호주 사람이고 출발하기 2일 전에 갈래? 물어봤더니 가겠다고 해서 따라온 친구. 지금은 연방은행에서 연구원이다.)
왜 이렇게 남초냐면, 내 과가 남초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년엔 20명 중 4명만이 여자). 우리 모두 단 한 번도 다툼이나 짜증 없이 정말 재미나게 다녀왔다. 이중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맷, 시모네, 라덱뿐이라서 셋이 번갈아가며 운전을 했다. 대신에 숙소에 도착해서 요리를 하거나 텐트를 치는 건 나머지가 도맡아 했다.
렌트카 픽업부터 리턴까지 주행거리: 7221 km (4487 마일. 라덱이 기가 막히게 좋은 딜을 찾아서 보험 포함 $560에 빌렸다. 와우.)
구글맵이 예상한 우리 일정의 주행거리: 6561 km (4077 마일)
휘발유: 771.62 리터 (203.84 gallons)
휘발유값: $725.71 (진짜 싸다! 7인승 미니밴을 가득 채우면 17갤런 정도였는데 $60.)
평균 연비: 10.69 리터 / 100 km (연비 구림!)
총 경비: $3704.80
1인당 경비: $617.47
집에 왔다.
원 없이 차 안에서 잠을 잘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끊임없는 직선도로와
가도 가도 계속 만나는 콜로라도 강과
dust devil이 1분마다 일어나는 자글자글 뜨거워 보이지만 사실은 추웠던 사막과
눈이 허벅지까지 쌓인 옐로우스톤 트레일에서 급 시작한 눈싸움과
버팔로가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봐도 시큰둥해진 트레일과
밤이 되면 영하 10도 떨어지는 그랜드 캐년에서 오돌오돌 떨며 침낭을 뒤집어썼던 밤과
아직도 종아리가 땡기는 그랜드 캐년 플래토 트레일과
정말 out of no where에 있는 베가스의 인공적인 베니스와 파리와
가도 가도 계속 나오는 카우보이 타운들
다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났다.
작은 사건사고들도 있었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고
여름 침낭을 가져간 덕택에 그랜드 캐년에서는 30분마다 추워서 잠을 깼고
맷은 아이폰을 잃어버렸고
이제나 저제나 늘 조지와 그 외 우리들은 끊임없이 arguing 했고
캠핑장에 샤워시설이 없어서 4일 동안이나 꼬질꼬질 냄새 풍겼는데 알고 보니 샤워장이 떠억 하니 있었고
눈폭풍 덕분에 돌아오는 길은 더 길었다.
이 모든 경험과 사건 사고 다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지난 열흘간 로드트립에 진심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