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미국한 광경들.

배드랜드와 러시모어 마운틴

by Noelles Adventure

첫 날.



f0155453_5154f46d54795.jpg 운전자 라덱, 조수석 조지, 뒷자리 맷과 나.


6시에 우리 아파트 앞에서 집합!하기로 했는데 세상에 내가 5:58에 일어났다. 뜨악ㅋㅋ 진심 세수하고 이만 닦고 후다닥 내려가서 출발. 나는 멀미를 잘해서 차에 타면 거의 내내 잤다.



이때 내 지도교수가 될 교수님하고 논문을 하나 시작했는데, 잘 보이려는 마음에 미친 듯이 열심히 했다. 일단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는데, 이것부터 독학을 해야 했다. 매일 밤 코드를 돌리면 에러가 나고, 고치면 또 에러가 나고를 반복하다 한 새벽 2시쯤 결과가 나오면, 교수님한테 이메일을 보내고 집에 갔다. 수업이 있으니까 아침 8시 반쯤 일어나면 교수님이 "학교 오면 들리렴" 이메일을 보내 놨다. 오전 수업을 듣고 교수님한테 가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런데 이건 왜 이럴까 등등 이야기를 하고 새 일거리를 한 뭉치 받아왔다. 그럼 그날은 또 주구장창 그 일을 한다. 이러다 새벽 2시가 되고. 이런 생활을 2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 만 1달 반을 해왔다. 그러니 난 잠이 너무너무 부족했고, 이 스프링 브레이크 때 차 안에서 자는 걸로 보충했다. 아 잠을 이렇게 오래 잘 수 있다니 행복했다.






f0155453_5154f5b44ec58.jpg 조지와 탐


차에 타면 나만 자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이 잔다. 보통 조수석에 앉은 사람만 깨어있었다. 그치만 자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언젠가는 다들 깨어나고, 그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른다. 이렇게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갑자기 노래방이 되는데, 애들이 이 노래 다음에 저 노래 틀어달라고 조수석 앉은 애한테 요청이 온다. 이런 노래방은 하루에 4시간 정도 운영됐다.


위의 사진은 조지와 탐. 덮고 있는 담요는 맷이 가지고 온 퀼트. 저 퀼트는 맷네 엄마인 엘사가 만들어 준건데, 거의 애착이불같다. 박사 시절 맷과 시모네 집에 놀러가면 (둘이 같이 살았다) 늘 소파에 저 퀼트가 있었다. 저걸 로드트립까지 가지고 온거다ㅋㅋ 맷이 졸업하고 싱가폴에 교수로 가서 놀러갈 겸 두세번 들렀는데, 내가 맷 집에 도착하자 제일 처음 발견한 게 소파 위에 저 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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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트립을 하다 보면 주유소를 가장 많이 들른다. 주유도 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하고. 보통 이렇게 설 때마다 자리를 바꾼다. 조수석은 절대 자면 안 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나는 단 한 번도 앉은 적이 없다... 여긴 Sioux Falls였나. 아무튼 Fargo에서 (코엔 영화 그 Fargo의 배경) 약간 남쪽에 있는 South Dakota 최대의 타운(이지만 정말 작고 아무것도 없음...)


South Dakota로 들어서자마자 정말 끊임없는 카우보이 타운들을 지나쳤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풍경들. 간판도 다 나무로 페인트칠된 간판들이다. 거의 놀이동산에서 테마파크로 꾸며놓은 것처럼 옛날 느낌이 난다. 타운은 굉장히 작은데, 가장 작았던 타운은 진심 주유소 1개밖에 없었다. 그 옆에 식당이 있긴 했지만 문을 닫았었다. 혹시 이런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미드 옐로우스톤이나 웨스트 월드를 보면 정말 비슷한 분위기다.






f0155453_5154f5b98a968.jpg 맷과 탐


탐은 유일하게 우리보다 한 학년 밑에 친구인데, 사실 이 여행을 가기 전까지 우리 중 그 누구와도 친하지 않았다. 6명이어야 수지가 맞는 여행인데 우리가 5명밖에 못 구해서 급하게 한 명을 찾고 있었다. 출발 2일 전에 조지가 연구실 복도에서 탐을 마주쳤는데, 너 갈래? 했더니 가겠다고 해서 오게 됐다. 저 쿨함...


사진에 있는 맷과 탐은 우리가 내내 결혼한 커플 놀렸다. 시작은 이러하다. 맷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탐이 그 책이 궁금해서 자꾸 기웃거렸다. 그랬더니 맷이 탐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고 우리 모두는 how romantic! 하며 커플로 엮었는데 이건 running joke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 농담)이 된다. 이러다 둘은 라스베가스에서 (가짜) 결혼식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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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트립을 하다 보면 진귀한 장면을 많이 본다. 세상에 미국 사람들은 집도 통째로 옮긴다. 첫째 나는 이게 가능한지도 몰랐고, 둘째 이게 과연 수지가 맞을까 싶고, 셋째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든다.








f0155453_5154f467e214f.jpg 배드랜드 (Badlands)




출발한 지 6시간인가를 달려서 처음 도착지인 Badlands에 도착했다. 여기는 완전 황무지인데 여기서 native Americans가 살았었다고 한다. 광경은 뭐랄까 터키 카파도키아의 로즈밸리를 축소시켜 놓은 것 같았다. 조지가 여기 보고 너무너무 감명받아서 여행 내내 Badlands 찬양했다. 여기에 다양한 트레일들이 있어서 짧은 day hike가 가능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이 하이킹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고, 어떤 가족이 여기 내려서 우리처럼 그저 둘러보고 휴식을 취하다가 갔다.






f0155453_5154f4638d98d.jpg 나, 맷, 탐


차에서 딱 내렸는데 세상에 너무 따뜻해ㅠㅠ 내가 살던 동네는 3월 말이지만 아직 영하였는데 여긴 거의 영상 10도 정도였다. 아 3월이면 날씨가 좀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 시모네, 라덱은 모두 니콘 DSLR을 가지고 갔다. 우리 셋다 렌즈가 달라서 사진을 보면 느낌도 다르다. 이건 라덱이 찍어준 사진.





f0155453_5154f464b8c64.jpg 우리와 10일 동안 4400 마일이나 달린 미니밴




우리는 해 떨어지기 전에 Mount Rushmore에 가기 위하야 트레일은 생략하고 곧 출발했다. 그러고 나는 아마 고꾸라져 잠들었던 것 같다. 기억이 없다ㅋㅋ






f0155453_5154f7216996a.jpg 러시모어 마운틴



자고 일어나니 마운트 러시모어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에 각 주 깃발이 꽂혀 있고 밑에는 몇 년도에 각 주가 미국 연방으로 통합됐는지가 나온다. 바위 조각과 공원 조성은 일종의 뉴딜 정책이었고 왼쪽부터 워싱턴, 제퍼슨, 루즈벨트, 링컨. 사실 Founding Fathers는 더 많은데 가장 영향력 많았던 두 사람만 조각됐다고 한다. 유일한 미국인인 맷이 미국 초기 역사를 쭉 읊어줬다. 맷은 정치에 아주 관심이 많고 실제로 학부도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우리 모두 nerd인데 맷은 미국 역사&법 쪽에 nerd이다. 어느 정도냐면 미국 헌법을 늘 가방에 가지고 다닌다. 헐...





f0155453_5154f7201404c.jpg 처음으로 찍은 단체사진



라덱 카메라로 찍은 것 같다. 표정을 보면 우리 모다 굉장히 뚱-해보인다. 맷을 제외하고 우리 모두 이방인이라서 그런가? 이렇게 미국미국한 장소에 있으니 좀 생경했다. 뭐랄까 미국의 전형적인 애국심 (patriotism)을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좀 묘했다. 나는 patriotism이 매우 관념적이라고 생각해서 이를 달가워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기념품 가게에 그 미국 특유의 조악하고 좀 유치한 기념품들 때문이었는지, 자문화중심적이고 다른 세상에는 관심 없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래 나는 이방인이구나 싶기도 했고, 성조기가 다닥다닥 붙은 공원 전체가 좀 낯설었다.



밤이 되면 저 조각상에 불이 짜잔 켜진다길래 여기서 해 떨어지길 1시간을 기다렸다가 숙소로 이동했다. 첫날 숙소는 Keystone이었다. 라덱이 핫딜로 찾은 홀리데이 인에 묵었는데, 방이 여러 개라 넘 편했다. 밖에 나가서 저녁은 피자를 사 먹었다. 우리는 가난한 박사생들이었기 때문에 아침이나 점심은 서브웨이에서 때웠다. 과장 안 하고 하루에 1번 (가끔은 2번)은 꼭 서브웨이에서 먹었다. 우리 모두 진절머리가 났지만 이것도 역시 약간의 running joke가 되어 의례처럼 매일 들렀다. 그래서 저녁때 이런 피자를 먹으면 감동하게 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달려와서 그런지 우리 모두 금방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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