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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C의 착시

나이키의 성공과 디즈니의 실패

by 플랫폼 교수
나이키 슈즈 이미지.png


시장이 디즈니의 D2C 시도를 성공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반면에 나이키는 이미 D2C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여러 곳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디즈니와는 달리 나이키는 D2C전략을 모범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2020년부터 이제 갓 3년이 흐른 시점에서 나이키의 시도를 성공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직은 좀 이른 판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D2C라는 시도가 갖고 있는 착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착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나이키는 Direct to Consumer라는 전략의 방향에 맞게 간접유통망과의 결별, 직접유통망의 강화, 고객과의 관계 구축, 그리고 빈번한 고객과의 접촉을 설계함으로 D2C 전략의 모범을 보였습니다. 나이키가 2017년 D2C를 선언하면서 사용했던 슬로건은 Consumer Direct Offense입니다. 전략에 Direct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여 유통망 믹스에서 Direct 비율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2020년 9월 8개의 대형유통망들과의 거래 중단을 시작으로 나이키의 이러한 변화는 지속되고 있는데요. 전체 매출에서 Direct, 즉 직영망과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판매 비중을 2022년 5월말 기준 42%까지 올리게 됩니다. 간접망과의 거래를 줄이는 것은 물량을 줄이거나 끊는 행위이므로 어려운 의사결정이지만 실행에 리드타임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영망의 구축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에 비용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는 작업이었습니다.


나이키는 House of Innovation이라는 애플 스토어와 유사한 대형 직영점을 글로벌 대도시에 열면서 직영점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더 이상 직영점이 판매를 위한 상점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고객 경험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재설계한 것입니다. House of Innovation과 더불어 Nike Live, Nike Rise, Nike Style 등 다양한 직영점의 포맷을 실험하면서 고객과의 관계속에서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반가운 사실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나이키의 이러한 실험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번째 Nike Rise 2호점이 명동에 만들어졌고 이어서 첫번째 Nike Style이 홍대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간접망과의 결별과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직영망은 Nike D2C 전략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들이 담당했습니다. 한국에는 조금 늦은 2023년 2월에야 오픈되기는 했지만 Nike 앱과 Nike Training Club, Nike Run Club, 그리고 SNKRS 앱은 모바일 시대에 모바일 직영망으로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네가지 앱은 나이키가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 합니다. 나이키 앱이 판매, NTC, NRC가 고객과 함께하는 멤버십, 그리고 SNKRS가 팬덤 형성의 역할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이키 앱에서는 매주 금요일 Weekly Drop이라는 모바일 Only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SKNRS는 매주 화요일 한정판 아이템의 Draw, 즉 뽑기를 진행합니다. 나이키의 Fitness 앱인 NTC에서는 200개가 넘는 workout video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NRC는 런닝의 성과를 측정해줄 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에서 함께 런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나이키는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빈도도 서비스 사업자에 비견될 만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이키의 D2C 전략은 성공한 것일까요? 객관적으로 나이키는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커머스가 날로 세력을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분명히 맞는 선택을 했고 또 그 선택을 현명하게 실행해 나가고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성과는 숫자로도 잘 나타나는 것을 보입니다. 매출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매출이익율도 함께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경쟁자인 아디다스와 비교해보면 그 성과는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chart-comparison.png Nike 매출 추이 with Adidas


매출 추세를 보면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2020년 마이너스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입니다. 매출이익율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매출 원가율은 56%에서 54%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원가율이 떨어지니 당연히 매출이익을 늘어날 것입니다. 매출과 매출이익율을 보면 나이키의 D2C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키 비용분석 매출이익율 영업이익율.png


하지만 D2C 전환에 따라 매출과 매출이익율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매출의 증가를 D2C 성공의 지표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매출에서 Direct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 전체 매출이 성장하지 않더라도 명목상의 매출액은 증가하게 됩니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판매 단가가 도매 판가대비 높기 때문입니다. 도매 판매 단가대비 나이키의 소매 판매가격은 40%가량 높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매출의 증가만을 보면 착시가 발생합니다. 매출 이익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원가는 동일한데 판매가격이 높으니 매출이익이 상승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 부분이 D2C 전환에 있어 우리가 조심해야 할 착시의 영역입니다.


D2C로 전환을 위해서는 생산비용이 아닌 판매비용이 상승합니다. 새로운 직영망을 만들어야 하고 운영을 위한 직원도 채용해야 합니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모바일 앱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고 이 역시 운영요원들이 필요합니다. 또 고객과 자주 만나기 위해서는 이벤트 비용도 증가합니다. 즉 판관비가 증가합니다. 즉 D2C 전환을 위한 대가는 판관비의 증가로 나타납니다. 즉 판관비를 감안한 영업이익율의 변화가 D2C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입니다.


즉, 나이키의 판관비까지 감안한 영업이익율을 보면 코로나 이전 7년간의 평균 영업이익율이 31.59%과 비교했을 때 2022년 영업이익율은 31.69%입니다. 영업이익율은 D2C전환에도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D2C 전략의 선택으로 매출과 매출이익의 증가라는 플러스와 판매비용의 증가라는 마이너스를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나이키는 Direct 판매를 통해 만들어 낸 이익을 D2C 전환에 모두 쏟아 붇고 있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나이키의 D2C 전환에 대해 성공이라는 평가는 잠시 유보하는 것이 맞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실패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매출은 명목상으로 늘어난 것이고 영업이익율은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D2C전략의 목표가 방어, 즉 Defense라면 성공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Offense 즉 고객과의 관계 재정립이라면 아직은 성공이라 볼 수 없습니다. 고객과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고객을 보다 잘 이해함으로 얻게 되는 진정한 D2C의 가치가 나이키 조직에 내재화되고 숫자로 나타날 때 비로소 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디즈니의 D2C를 아직은 실패라 규정할 수 없는 이유를 이야기하겠습니다.


#D2C, #NIke, #나이키, #구독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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