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략과 D2C 전략의 차이
아무래도 제가 글을 너무 딱딱하게 쓰는 모양입니다.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는 것이 그 방증 같습니다. 제 글에 대해 질문이 있으시거나 뭔가 이견 혹은 대화가 필요하시면 댓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너무 숫자로 완벽하게 증명하려는 시도도 삼갈까 합니다. 역시 대중들은 숫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네요 ㅎㅎ
요즘 디즈니에 대해서 시장이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차갑습니다. 경기둔화로 테마파크에 손님도 뜸하고 개봉하는 영화들의 성적도 후지고 미래라고 주장했던 Disney+는 가입자까지 줄어드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객관적인 수치만 보면 디즈니의 미래는 매우 어두워 보입니다. 비록 밥 아이거라는 디즈니의 양현종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밥 아이거의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그가 제시하는 해석과 해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무래도 디즈니가 앞으로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이 인터뷰에 많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테마파크의 문제는 좀 접어두고 밥 아이거가 첫 번째로 답한 문제는 현재 개봉작들의 성적입니다.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흥행 비즈니스는 언제나 산이 있으면 골짜기가 있고 골짜기가 있으면 산이 있기 마련이다. 즉 현재의 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극복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찌 보면 무책임한 답변으로 보입니다. 극장의 위기는 OTT의 일반화로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케이블 TV가 등장했을 때나 VOD가 본격화 됐을 때 우리는 극장의 종말을 이야기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OTT의 일반화는 극장이라는 수백 년 전통의 미디어에 의미 있는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단순히 영화산업이 흥행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밥 아이거는 이어서 세 가지 이야기를 더 합니다. 앞으로 콘텐츠 제작의 초점을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 마블 등 텐트폴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고 하지만 콘텐츠 제작 예산은 30억 불이나 삭감하겠다는 것입니다. 55억 불 비용절감의 일부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마블과 스타워즈의 콘텐츠에 대한 전략수정을 하겠다입니다. 디즈니의 핵심 콘텐츠인 이들은 이미 너무 복잡해진 세계관으로 진정한 팬이 아닌 이상 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너무 어렵기에 앞으로의 콘텐츠 제작의 방향을 보다 대중을 대상으로 바꿔가겠다는 생각입니다. 마블이나 스타워즈 콘텐츠의 새판 짜기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지만 현실적인 시장을 감안할 때 이제는 뭔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맞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한 번도 해본 적인 없었던 TV 시리즈를 이들이 만든 것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할리우드에 배우들이 파업을 시작했기에 디즈니의 예산절감은 어쩌면 자연스레 실현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결국 첫 번째 문제인 영화들의 앞으로의 흥행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돈이 되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문제가 있는 핵심 콘텐츠를 손을 보겠다 정도로 말입니다.
두 번째는 Disney+에 대한 방안입니다. 일부 언론들이 Diseny+의 가입자 감소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한 단계만 더 들어가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로 보입니다. 먼저 1.6억 명에 달하는 가입자 중 인도 가입자 즉, Disney+ HotStar 가입자가 대략 40%를 차지합니다. HotStar는 Disney+에 ESPN 등 방송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는데 크리켓 중계권 미포함으로 대규모 가입자가 이탈했습니다. 그 규모가 지난 1분기에 460만이니 1,2분기를 합해 빠진 640만 가입자의 대부분을 인도 가입자로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미국에서 2분기에 이탈한 가입자가 30만 수준인데 이는 2022년 12월에 이뤄진 가격인상의 결과로 보면 적절합니다. 미국 가입자가 4200만 수준인데 12월의 가격인상은 기존의 월 $7.99 요금제를 광고를 봐야 하는 요금제로 강등했고 광고를 보지 않는 프리미엄 상품을 월 $10.99로 올렸습니다. 기존 상품 기준으로 3불이 올랐으니 37.5% 인상을 의미합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광고 요금제에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37.5% 인상에 1%가 안 되는 가입자의 이탈은 아주 낮은 가격탄력성입니다. 당연히 가입자당 ARPU는 올랐고 전체 매출은 상승했습니다. 이 결과 2분기 Disney+의 손익은 6.6억 불 손실로 전분기 대비 4억 불 이상 개선된 것입니다.
이 요금 인상에 대해 말이 많지만 요금인상의 결과는 가격탄력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급격한 가격인상에 이 정도의 이탈은 아주 성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광고 모델이라는 새로운 선택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실적보고에서 밥 아이거를 비롯해 모든 임원진들이 아주 강력한 형용사를 쓰는 것을 보니 그렇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즈니라는 채널이 가진 명확한 세그먼트는 소비재, 아동재 등 광고가 필요한 기업들에게는 매우 좋은 광고 인벤토리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Disney+는 이 추세로 가입자 이탈이 안정되고 투입되는 콘텐츠를 정리하고 신규 콘텐츠의 투입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면 연말에는 분기흑자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그다지 쉬운 목표는 아닙니다. 하지만 밥 아이거 입장에서 Disney+를 흑자로 올려놓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할 수 있기에 분명히 필요한 단기 목표입니다. 새로운 채널이 안정돼야 ABC, Fox, ESPN 등 기존의 방송에 대한 의사결정도 가능하고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 때문입니다. 존 레스터도 떠난 픽사, 너무 어려워진 마블, 더이 상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이는 스타워즈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Disney+를 먼저 수면 위로 올려 둬야 하는 것입니다.
디즈니의 분기 실적 보고나 콘퍼런스에서의 발표, 방송 인터뷰 등을 보면 아직은 명확한 일관성이 없습니다. 55억 불의 비용절감이라는 아주 이해하기 쉬운 숫자 목표는 있지만 전략적인 변화를 어떻게 가져갈지는 아직은 다양한 방향이 나옵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디즈니의 핵심 시장이 아닌 곳에서는 아마도 시장 투자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드라마 소싱팀을 해체했기에 모두 알고 있는 일이지만 미국 Disney+의 콘텐츠 라인업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그 콘텐츠들만으로 한국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굳이 한국향 콘텐츠를 제작해서 한국 시장을 경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을 글로벌 콘텐츠 제작기지로 사용하는 플랫폼 전략과 디즈니의 D2C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옳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15일 전쯤에 디즈니 주식을 10주 샀고 지금 보니 5% 하락했습니다. 여전히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 즉 넷플릭스를 따라 했던 기존의 전략에서 자신의 본진을 지키는 D2C 팬덤 전략으로 바꿔나가는 전략은 분명 현명해 보입니다.
저의 결론은 디즈니는 지금 보다는 분명히 좋아질 것입니다.
#디즈니, #D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