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쿠마상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랫폼 교수 Oct 01. 2024

달마새우를 맛간장에 담다

새우계의 블루치즈

달마새우, 색이 빨간색이 신선한 놈이다.


우리가 새우를 먹는 방식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새우튀김이다. 홍대에 미미네라는 국물 떡볶이와 새우튀김을 같이 파는 집을 자주 갔던 기억이다. 바싹하게 튀겨진 새우튀김은 튀김계의 원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새우는 튀김의 주재료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새우의 단맛이다. 튀김이라는 음식이 가진 약간의 느끼함은 무언가 다른 맛이 있어야 더 좋아진다. 그래서 새우가 가진 단맛은 튀김과 아주 잘 어울린다. 두 번째는 새우의 딱딱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의 조화다. 새우가 튀겨지면 껍질은 바삭한 식감을 속살은 촉촉한 식감과 더불어 육즙을 방출한다. 이 두 가지가 새우가 튀김의 주재료가 된 이유다. 하지만 튀김은 번거롭다. 소량의 튀김을 위해서도 일정량의 기름이 필요하고 한번 사용된 기름은 처치곤란이다. 그래서 튀김은 식당에서 사 먹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튀김의 기술도 쉬운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새우를 먹는 방법은 쪄서 먹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비추다. 일단 새우껍질을 까는 과정이 즐겁지 않다. 손에 새우의 육즙을 묻혀야 하고 이 냄새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누가 잘 까서 주면 홀라당 먹는 것은 좋다. 슬프지만 이제 아무도 까주지 않는다. 삶아진 새우의 맛은 좋기는 하지만 최고는 아니다. 


또 하나 새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회로 먹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오도리라고 해서 일식집에서 살아있는 새우를 주기도 했었는데 최근에는 일식집을 거의 가지 않으니 요새도 그러한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우리가 가장 흔하게 새우를 회로 먹는 방식은 아마에비라 불리는 단새우일 것이다. 이 단새우를 초밥 위에 올려서 먹으면 이름처럼 단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웬만한 초밥집에서는 모두 볼 수 있는 새우니 새우를 생으로 먹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한다. 


달마새우는 고급 새우라 회로 많이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우를 먹는 방법은 새우를 간장에 절여서 먹는 방법이다. 이는 간장게장에서 발전된 요리다. 대개의 경우 간장게장집에서 간장새우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간장게장을 만드는 맛간장에 타이거새우와 같은 큰 새우를 넣어서 간장의 풍미를 입히는 요리라 할 수 있다. 국내산 새우를 사용할 경우 흰 다리 새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우의 단맛에 맛간장이 어울리면서 엄청난 밥도둑으로 탄생한다. 아주 큰 단점은 역시 까서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번 먹고 나면 새우의 비린 향과 더불어 간장향이 손에서 떠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새우를 집에서 편하게 먹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냉동새우는 베트남 산이고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양식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한다. 쿠마상회에서 새우를  가지고 상품을 기획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달마새우를 맛간장에 담갔다. 상대적으로 큰 놈들이다. 

먼저 국내산 새우를 찾아보았다. 그래서 찾은 것이 달마새우다. 흰 다리 새우가 아니라 달마새우를 찾은 이유는 그래도 뭔가 재료에서 차별점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달마새우는 남해안에서 잡히는 새우인데 제철은 가을이다. 연중으로 잡히기는 하는데 가을에 많이 잡혀서 가격이 합리적 수준이 된다. 먼저 달마새우는 껍질이 다른 새우보다 얇다. 이 얇은 껍질이 다른 새우대비 차이를 만들어 낸다. 맛은 이름처럼 달고 맛있는데 흰 다리 새우와 비교하면 브리치즈와 블루치즈다. 눅진한 맛의 깊음이 한 단계 위에 있다. 물론 이는 당도의 문제가 아니라 맛의 깊이에 있다. 굳이 치즈에 비유한 것은 그 깊이를 표현할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깊은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식재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모두가 블루치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까망베르 치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이 깊은 맛이 숙성을 통해 더 깊은 맛으로 진화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쉽게 상한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달마새우를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여수에 부탁해서 달마새우를 찾았고 현지에서 아주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사람손으로 일일이 모두 껍질을 벗겼다. 껍질이 얇기에 이 작업이 가능하다. 일전에 홍어를 준비하면서 홍어의 껍질을 모두 벗겼는데 이는 숙성의 속도를 늦추기 위함이었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새우의 경우 부패의 속도가 무척 빠르지만 달마새우는 타 새우대비 껍질이 얇기에 그 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작업으로 껍질을 벗긴 달마새우를 급랭한 후 우리 주방으로 배송되었다. 


청양고추를 넣기 전 버전이다. 


민성셰프가 자신만의 맛간장을 만들었고 달마새우를 이 간장에 담가서 하루를 숙성시켰다. 새우가 너무 오래 맛간장 안에서 목욕을 했는지 맛간장이 많이 뿌옇게 변했다. 거기에 있던 새우의 맛은 까망베르가 아닌 블루치즈였다. 개인적으로 이 맛은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고수들에게는 최고의 새우장이었다. 

쿰쿰함이 우리가 알고 있던 새우장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주방에 있던 모든 사람이 시식을 한 결과 일반 손님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새우를 맛간장에서 꺼낸 후 새로운 맛간장을 넣고 양파와 청양고추를 첨가했다. 숙성된 맛간장은 아깝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새로운 간장과 양파와 고추가 더해지자 맛의 발란스는 완벽해졌다. 달마새우의 약간의 눅진함과 단맛 그리고 양파의 단맛과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어울리면서 또 하나의 밥도둑이 탄생했다. 


간장 숙성시간을 여러 가지로 테스트하면서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쿠마 달마새우장을 만들어 냈다. 숙성시간이 짧아질수록 접근성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간장의 염도로 인해 새우의 내부에 있는 물질들이 간장에 섞이면서 눅진한 맛을 더 강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눅진함을 버리는 것이 아쉬워 고수들을 위한 숙성이 많이 된 버전도 일부 만들기로 했다. 고수 버전의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선택 옵션으로 만들어 두기로 했다. 


쿠마의 달마새우장은 일단 밥과 먹으면 최고다. 간장이 짜지 않기에 쉽게 비벼 먹을 수도 있고 눅진한 맛이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쿠마의 멍게비빔장을 좋아하시면 반드시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안주로 먹는 것은 강추한다. 쇼비뇽 블랑과 같은 가벼운 화이트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개인의 취향이니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쿠마상회 달마새우 페이지 링크

https://smartstore.naver.com/kuma_store/products/10913512135



#간장새우장, #달마새우, #새우장, #쿠마, #쿠마상회, #밥도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