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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Jul 30. 2020

네이버의 구독 "플러스"

구독 서비스에서 성공하는 법

6월 1일부터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이 출시됬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을 지불하면, 네이버 웹툰, 쇼핑, 예약 등의 여러 가지 네이버 서비스에서 네이버 페이로 결제했을 때 월간 결제 금액의 20만원까지 기본 구매 적립 외의 4%의 추가혜택이 주어져 최대 5%의 포인트를 적립 받게 된다. 20만원부터 200만원까지의 결제 금액에 대해서는 1%의 적립 혜택이 추가로 주어지며, 단골스토어 충전혜택과 쇼핑혜택을 합하면 최대 8.5%라는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또한 네이버 플러스의 멤버십에 가입하게 되면 네이버 웹툰/네이버 시리즈를 미리 볼 수 있는 쿠키 20개, 네이버 VIBE 음원 300회 듣기 이용권, 시리즈 ON 영화/방송 감상용 캐시 3300원, 네이버 클라우드 서비스 100GB 이용권, 오디오북 대여 할인 쿠폰의 5개의 혜택 중에서 원하는 4가지의 혜택을 선택하여 지급받을 수 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평가하면서 구독의 성공요소를 이해해 보도록 하자.  


구독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일단 3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고객과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주 당연하게 들리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구독이 그렇지 않다. 우리가 신문구독을 한다면 그 이유는 뉴스를 보기 위한 명확한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으로 관계가 만들어진다. 아마존은 쇼핑이 목적이고 넷플릭스는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물론 MS오피스를 활용해 문서작업을 함이 목적이다. 즉 아주 명확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이 관계설정의 이유가 된다. 그 의미가 모호하면 고객은 영구적인 관계 설정의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고 그 구독은 해지될 위험을 갖는다. 즉 구독이 성공하려면 고객의 삶에서 나의 서비스와 관계를 맺는 강력한 영역과 이유를 찾아야 한다. 


네이버 플러스를 보면 그 “모호성”이 명확히 보인다. 멤버십의 가입후에 갖게 되는 관계는 네이버 페이 이용시의 적립금, 음악, 웹툰, 클라우드 등 다양한 네이버가 가진 서비스들의 집합으로 만들어졌고 내가 무슨 이유로 네이버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찾을 수가 없다. 유일하게 이유를 찾자면 20만원까지 쇼핑을 네이버 페이로 할 경우 포인트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금전적이 혜택이다. 여기서 한가지를 더 생각해보자면 금융이라는 영역에서 구독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자라는 혹은 포인트라는 개념이 고객을 잡아 두는 이유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경쟁자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이버의 포인트 정책은 고객이 네이버 플러스를 구독한 이유가 될 수 없고 관계의 목적이 되기도 힘들다. 물론 네이버의 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 제고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두번째는 고객과 맺는 관계의 강도가 충분히 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성공한 구독 서비스들은 “무제한”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음악을 듣던, 영상을 보던, 쇼핑을 하던 구독에서 무제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 수준을 올리기 위함이다. 구독의 건너편에 서있는 구매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는다. 단지 그 순간 대가를 지불하고 상품을 인도받을 따름이다. 하지만 구독의 경우는 기업과 고객 간의 약속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약속의 강도가 약할 경우 그 의미 역시 쉽게 사라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성공한 구독 서비스 사업자들은 무제한이란 강한 단어를 쓰고 그에 걸 맞는 고객의 약속을 요구한다. 고객은 내가 최대한 많이 쓴다면 얼마나 활용할까를 가지고 구독의 가치를 상상한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그로 인해 넷플릭스를 하루에 2~3시간씩 시청한다면 14500원은 분명히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머리속에 있는 것이다. 이는 아마존도 MS도 마찬가지다. 


다시 네이버 플러스로 돌아가 보면 네이버 플러스의 가격은 4,900원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제공되는 혜택을 보면 각각 최대로 사용하면 몇 천원 수준이다. 웹툰, 음악듣기, 영화보기 등 합하면 4,900원이 넘어가는 것은 맞지만 개개 혜택으로 보면 뭔가 부족하다. 내가 알 수 없는 네이버만의 원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개별 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이 아닌 합산가치를 고객이 계산해야 한다. 내가 음악도 적당히 듣고, 웹툰도 조금 보고, 영화도 어쩌다 보는 그런 고객이라면 모르지만 무언가 네이버와 중요한 약속을 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물론 4,900원을 내고 네이버 페이로 결제하면 보다 많은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구독은 약속이 아니라 그냥 계산이다. 경영학에서 매몰비용(Sunken Cost)과 몰입의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이라는 표현이 있다. 구독이 유지되는 메커니즘은 내가 이미 한 약속이 충분히 의미있고 강할 때 더 잘 작동된다. 


마지막으로 구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 제조업을 통해 상품을 만들고 이를 고객에게 팔아 치우는 모델이 아닌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의 변화가 바로 구독이기 때문이다. 판매 모델에서 나의 상품을 가져가 주면 다시 보지 않아도 되었던 고객이 이제는 내가 언제나 모셔야 하는 고객이 된 것이다. 이 서비스 마인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바로 서비스 조직의 존재이다.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고객의 불만을 들어야 하고 우리의 서비스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나의 서비스를 바꾸고 고쳐야 한다. 그러기에 기업이 구독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제조업 마인드에 서비스 마인드로 완전히 변신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은 단 한번도 서비스 기업이 되어 본적이 없다. 반면에 신생 대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본질적으로 서비스 기업이다. 왜 카카오와 네이버가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이 되어가는 지는 얼마나 많은 고객의 소리를 듣고 있느냐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네이버는 분명히 서비스 기업이다. 하지만 고객과의 접점이 많은 서비스 기업은 아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검색이기에 대부분의 경우 알고리즘으로 대응하고 서비스의 제공이 무료이기에 고객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네이버 플러스는 그런 네이버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네이버 플러스의 가입고객이 불만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항의해야 할까? 나는 다른 서비스는 필요없고 음악만 많이 듣고 싶다고 요구한다면 네이버는 어떻게 대응할까? 혹여 제공되는 콘텐츠 서비스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면 누가 나서 이를 해결하려 할까? 현재의 계획에서는 아무도 나설 것 같지 않다. 알고 보면 네이버가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서 성공한 경험이 없는 것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 


구독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고객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 관계는 서로가 헤어질 때 아쉬움이 있을만큼 단단하고 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속력은 구독 사업자가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싸이월드 시절에 매일 찾아오는 서비스 불만자를 한분씩 만나 한 시간씩 이야기를 들어주던 고객서비스 팀장이 구독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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