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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Jan 01. 2022

플랫폼 교수의 옷가게 창업기 01

자문이 화근이 되다.

2014년인가 CJ를 관두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절대 비즈니스는 안하리라... 그래서 교수가 되었고 책을 쓰게 되었다. 플랫폼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면서 "플랫폼의 생각법"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제법 많은 판매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되었다. 플랫폼에 대한 글이 유명해지면서 강의요청도 많이 들어왔고 또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분들의 자문요청도 많았다. 자문요청에 응하는 것은 시간의 효율(수입)면에서 보면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글을 써야하고 이들의 궁금증과 갈증이 나의 플랫폼에 대한 탐구에 좋은 자극이 되기에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의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들으려 노력했다. 그러던 중에 이들을 만나게 된다.


패션 플랫폼을 해보고자 하는 H양은 거의 너덜너덜해진 나의 책을 들고 나타났다. 패션이라는 영역에서 일해온지 이미 어느정도 되었고 그 경험과 후회를 바탕으로 패션 플랫폼을 기획했다고 했다. 나름 진심어린 자문자로서 현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지만 H양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오랫만에 조금 소모적인듯한 논쟁도 했고 그 결과 나름 타협안으로 사업계획을 일부 수정해주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문제는 그 자문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달 정도 흐른뒤에 H양은 다시 나를 찾아왔다. 다니던 패션 회사에 사표를 냈고 이제 이 플랫폼 기획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말이다. 나의 의도와는 아무 상관없는 책임감이 생겼고 나름 진지하게 그녀의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이미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등 군웅이 할거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 시장은 아마추어를 받아 줄 그런 곳이 아니었다. 결국 그 녀를 설득하는 것이 나의 자문이 되었고 그 설득의 방향은 플랫폼 불가가 아니라 플랫폼을 이용한 사업(쇼핑몰 혹은 셀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번졌다. (전작인 "구독전쟁"의 말미에 다음 책이 작은 기업을 위한 플랫폼 활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당시 DBR의 요청으로 무신사에 대한 글을 쓸 기회가 있었기에 나름 패션 플랫폼의 미래 경쟁에 대해 고민을 했었기에 향후 플랫폼 간의 경쟁은 "오리저널"에 대한 경쟁이 될 것이라는 나의 판단을 설명했고 현재 하고 있는 패션몰이 일정 규모에 이르게 되면 분명히 플랫폼들의 구애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나의 패션 플랫폼에 대한 가설은 나중에 별도로 올리도록 하겠다.)


무신사는 이미 100개의 무신사 오리지널, 혹은 파트너를 육성하고 있었고 패션이라는 사업의 특성상 무신사의 행보는 적절해 보였다. 플랫폼 운영자의 참여는 플랫폼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플랫폼의 일반론이 패션 시장에서는 왠지 예외처리가 될 것 같은 예감이었다. 일반적인 플랫폼 간의 경쟁이 규모의 경쟁으로 치닫는 반면에 패션 플랫폼의 경쟁은 패션이 갖는 고유한 특징으로 인해 규모와 더불어 품질 경쟁, 즉 상품 경쟁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H양과의 토론의 주제는 어느 순간 패션몰이라는 사업의 본질이 무엇일까로 변화되었고 이제는 나는 그녀에게 패션산업에 대해 배우는 학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패션 쇼핑몰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나의 판단이 맞다면 옷가게는 분명 괜찮은 사업이기에 나의 가설을 증명해보고 싶은 그런 욕구 말이다. 그래서 H양에게 약속을 해버렸다. 만약 우리가 옷가게로 충분한 규모의 돈을 번다면 그 때 플랫폼을 시작하는 거로 말이다. 


그래서 시작되었다. 더프로피아(THEPROPIA)라는 옷가게가 말이다. 


www.thepropia.kr


**** 더프로피아라는 패션 쇼핑몰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쇼핑몰이고 이 글은 실제 그 과정을 바탕으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쇼핑몰을 연 것은 아니지만 그 앞뒤가 어찌 되었건 그 자체가 성공이 목표가 되어야겠지요.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플랫폼, #플랫폼의 생각법, #더프로피아, #패션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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