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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Feb 18. 2022

구독경제의 진심

구독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자

하나의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고객과 일종의 약속을 하고 정기적으로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배달한다. 우리가 아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 우유배달이나 신문배달이고 이런 형태의 사업을 하는 기업은 예전부터 존재했었다. 이런 기업을 요즘의 언어로 표현하면 구독경제 기업이다. 


 

이러한 구독기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구독상품이 갖는 높은 매력에 있다. 과거 우리가 알던 우유나 신문의 정기배달과 달리 요즘의 구독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 가를 정확히 이해할 뿐만 아니라 가격수준도 “혜자”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구독 상품들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이 구독이라는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은 두가지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첫번째는 안정적이다. 물론 완전한 안정성을 가질 수는 없지만 유통망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성을 갖는다. 다음 달에 상품을 받아 볼 고객을 이미 갖고 있기에 가질 수 있는 안정성이다. 두번째는 고객에 대한 이해다. 이 기업은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 나의 상품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 


시장은 안정성이라는 현재와 고객이해라는 미래, 두 가지 모두에서 이 기업의 모습을 선호한다.그리고 우리는 회사의 사업모델을 구독이라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한가지 있다. 바로 이 구독이라는 사업 형태를 기업이라면 모두 갖고 싶어 하지만 갖고 있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넷플릭스, 멜론, 밀리의 서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쿠팡, 네이버 을 보면 모두 디지털 서비스 기업들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 위에서 만들어진 기업들은 구독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기본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고객과의 연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업의 기본으로 두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구독모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 경영에 일반화되어 적용되기 어렵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기업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농심 등 제조를 기본으로 하는 기업들이다. 


소유가 아닌 공유의 시대, 그리고 또 구독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경영의 언어유희를 잘 이해해야 한다. 먼저 구독이라는 사업방식이 갖는 본질적인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팬더믹 상황이 언택드 사업형태의 중흥을 만들어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구독이라는 거래 형태는 기업이 원하는 것이지 고객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경쟁 상품과 수만개의 편이점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고객이 특정 상품의 정기적 구매를  약속하는 것이 구독이기 때문이다. 즉 구독은 기업이 원하는 것이지 고객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구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은 구독 계약서에 싸인을 해주는 것이다. 영어로 구독은 subscription이고 이는 계약서 아래에 고객의 이름을 적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 언급된 디지털 서비스 기업들이 구독을 장착하고 있는 이유는 디지털이 갖는 특징에 기인한다. 실물이 아닌 디지털 상품은 한계원가가 제로에 가깝다. 고객이 10명이던 만명이던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원가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구독이라는 모델이 가능하고 이 원칙은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멜론, 밀리의서재  등에 모두 적용된다. 


아마존, 네이버, 쿠팡과 같은 플랫폼들은 플랫폼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구독을 사용한다. 멤버쉽 구독을 통해 손실이 만들어지지만 이를 통해 영향력이 강화되고 이는 타 영역에서의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쿠팡의 로켓와우나 네이버의 네이버 플러스 멤버쉽을 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성공한 구독을 보면 고객의 적극적 동의를 기반으로 한다. 어정쩡한 가치를 제공하는 구독 상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구독이라는 단어를 갖는 것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플랫폼들이 구독을 기본으로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어떤 기업도 이 고객을 앞에 둔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유통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나이키는 자신의 현재 간접유통망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사업형태로는 미래 생존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직영망 중심으로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ike Training Club)과 같은 멤버쉽을 강화하면서 이미 1.8억명과의 접점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고객과의 빈번한 접촉을 설계하고 있다. 나이키는 더이상 상품을 디자인, 제조한 후 모든 고객 접점을 유통망에 의존하던 기업이 아니다. 


최근에 한국에 사업을 론칭한 디즈니는 과거 영화와 TV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이었다.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 디즈니는 명실공히 최고의 콘텐츠 제작사였다. 2019년 말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제공 계약을 파기하고 디즈니 플러스를 론칭하면서 디즈니는 고객과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 이제 디즈니는 1억명이 넘는 고객과 연결되어진 구독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동안 디즈니에게 훌륭한 수익을 안겨주던 넷플릭스가 이제 2억명의 고객을 가진 플랫폼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이키와 디즈니를 구독전략의 실험자라고 부른다. 물론 이들 외에 구독이라는 단어를 경영의 중심에 두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고객과 직접 만나면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뉴욕타임즈, 룰루레몬, 블랙야크, 테슬라 등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나이키와 디즈니의 사례는 우리가 익히 아는 기업이 구독기업으로의 변화한 사례들이다. 삼성전자가 엘지전자가 현대자동차가 어떻게 구독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구독으로의 변화라는 과정은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아주 중요한 기업의 의사결정이라는 사실이다. 나이키는 수십년동안 함께 성장했던 유통망과의 이별을 선언했고 디즈니는 콘텐츠 제공을 통해 벌어들이던 수천억원의 수입을 포기하고 OTT라는 피 흘리는 경쟁을 선택했다. 


구독이라는 단어가 우리 곁에 다가 온 이유는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만들어 낸 고객을 앞에 둔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구독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정기구매와 같은 피상적인 이해가 아닌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만드는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구독이라는 단어는 지금처럼 구독경제가 아닌 구독전략으로 기업의 필수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예전처럼 둔 상태에서 생존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객으로부터 환영 받는 구독은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니드를 정확히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고객과 직접 거래를 하다보면 과거와는 달리 순도 높은 고객정보를 갖게 된다. 이 정보를 사업에 녹여낼 수 있는 기업이야 말로 진정한 구독전략의 승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독전쟁, #행복한구속, #플랫폼의생각법, #진격의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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