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A와 마이리얼트립
지금은 플랫폼 전성시대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거의 모든 곳에서 쓰이고 있다. 물론 여행산업에서도 쓰인 지 오래되었다. OTA(Online Travel Agency)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이들에게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붙여졌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대상으로 삼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양면 시장, 즉 판매자와 구매자, 생산자와 수요자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기본 원칙으로 성립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OTA는 정확한 의미에서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OTA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여행상품을 ‘모아서(aggregate)’ 제공한다는 점만으로 플랫폼 지위가 부여되지는 않는다.
OTA는 패키지여행에 갇혀 있던 고객들에게 자유여행이라는 선택의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완결성 있는 여행상품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동과 숙박 이외의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패키지여행은 제한적이지만 완결성을 제공하기는 했다.
마이리얼트립(myrealtrip)은 플랫폼이라는 관점에서 한층 진화한 모델이다. 개방된 환경에서 다양한 여행상품, 혹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다수 존재하고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고른다. 이 과정에서 이동과 숙박은 그저 여행상품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동과 숙박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상품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즉 이동과 숙박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도 공급될 수 있고 현지 카페투어나 액티비티만으로도 상품이 될 수 있다.
여행 플랫폼으로서 마이리얼트립은 그저 수많은 여행상품이 고객을 만날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할 뿐이다. 이론적으로 여행 시장에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고, 투자자들이 이를 인정했기에 코로나 상황에서도 432억원의 투자(2020년 7월)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이리얼트립이 여행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아직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지 않은 시장에서 그저 조금 앞서 있을 뿐이다.
독점적 거대 플랫폼 등장 대비해야
기존 OTA들은 여행상품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를 여는 것으로 플랫폼 경쟁에 참전할 수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면 플랫폼 간 규모의 경쟁(저가나 프로모션 경쟁)과 품질 경쟁이 시작될 것이고 결국에는 거대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다. 이 과정은 플랫폼이 진입했던 모든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행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운영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상품 공급자는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언젠가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플랫폼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참여자들은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빠르게 시장을 만들기 위해 플랫폼은 시장에 우호적인 마케팅을 할 뿐만 아니라 경쟁이 격화되면 그 혜택을 더 늘리게 된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참여자, 특히 공급자들은 그 혜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수수료 무료, 인센티브 제공 등의 플랫폼의 선심은 플랫폼이 독점적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없다는 가정, 즉 플랫폼이 정상적인 수수료를 받고 고객과 연결해준다는 가정하에 나의 상품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도 기업이기에 어느 시점에서는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 순간 플랫폼이 사악해진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을 최대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여행산업에서 플랫폼이 성립될지 아니면 실패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사업방식은 다양한 영역에 시도되고 있지만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승리를 거두고 성립되고 있다. 인테리어, 중고·명품거래, 택시, 렌터카 등은 최근에 플랫폼이 대세가 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러기에 플랫폼을 이해하고 공부하고 최대한 이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검색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프로모션 등 플랫폼의 모든 기능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플랫폼 활용을 늘리는 방법이다. 검색엔진 최적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등의 새로운 언어를 누군가 당연히 가르쳐 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여행상품은 일반 상품과 다르다. 그래서 다른 영역의 플랫폼이 여행으로 영역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여행 플랫폼은 여행사의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쿠팡투어가 쿠팡잇츠와 달리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트래픽을 보유한 상거래 사업자(옥션·지마켓·11번가 등)가 결국 OTA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시장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다.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관광 분야 디지털 전환(DX)을 주제로 2월에 발간한 무크(MOOK)지(비정기 단행본)에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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