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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Dec 09. 2021

플랫폼 무신사

패션 플랫폼은 조금 다르다.

기록의 의미라기보다는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여 기술한 부분이 있어 수정합니다. 아래 글에서 무신사가 플랫폼 운영자로서의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100개 브랜드의 100억 불 매출 달성과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려 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당시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인데 지금은 그 기사는 찾을 수 없네요. 무신사와 통화해 본 바로는 2020년 100개의 브랜드가 100억 매출을 넘겼다는 사실과 PB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을 10% 아래로 유지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무신사의 현재 행보는 원론적인 의미에서의 플랫폼 운영자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런 점에서 저의 글의 기본적인 기조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제가 간과했던 사실은 패션이라는 산업이 갖는 특징입니다. 매년 매 시즌 새로운 상품이 나오고 또 하나하나 상품의 규모도 매우 제한되는 그런 산업이기에 규모의 경쟁보다는 품질 경쟁이 보다 유의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공부는 끝이 없어 보입니다. 무신사 덕분에 패션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생겼기에 가능한 한 빨리 한국의 패션 플랫폼에 대한 글도 쓰도록 하겠습니다.


무신사는 2021년의 경영목표로 주요 입점브랜드의 육성과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증대를 제시하고 있다. 무신사가 지원하는 100개의 브랜드의 매출을 100억까지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비중을 전체 매출의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의 목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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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에는 6000개의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지그재그의 입점 브랜드(혹은 셀러)가 3000개라고 하니 두배에 해당하는 숫자다. 입점 브랜드가 많다는 것은 플랫폼으로서 공급자가 많다는 뜻이고 그만큼 구색과 가격경쟁력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은 규모에 집중한다. 보다 많은 공급자는 보다 많은 소비자를 부르고 또 보다 많은 소바지는 또 다른 공급자를 유인하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무신사는 공정한 양면시장 운영자라는 플랫폼의 골든룰(Golden Rule)을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모습이 무신사에는 보인다. 



무신사는 2021년의 경영목표로 주요 입점브랜드의 육성과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증대를 제시하고 있다. 무신사가 지원하는 100개의 브랜드의 매출을 100억까지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비중을 전체 매출의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의 목표가 아니다.


플랫폼은 시장의 운영자다. 따라서 플랫폼 그 자체의 경쟁력을 올리는데 주력한다. 다시 말해 타 플랫폼 대비 무신사의 매력도를 올리는데 집중한다. 공급자들을 위한 공통의 도구, 예를 들어 물류, 결제, 마케팅 등의 도구를 차별화함으로 보다 많은 공급자들과 소비자들이 무신사로 모여들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 방식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마존의 Fulfilment by Amazon이나 쿠팡의 로켓 와우 멤버쉽, 쿠팡이츠의 단건배송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래서 우리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제공하는 도구가 얼마나 매력적인가에서 찾는다. 역설적이게도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무신사에는 이러한 매력적인 도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내가 모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두드러지지 않다는 뜻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경쟁력보다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것이 플랫폼의 공정성이다. 운영자로서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특정 참여자를 지원하고 이들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것은 제외된 참여자들의 불만을 만들어낸다. 특히 운영자의 브랜드가 플랫폼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다. 흡사 심판이 경기에 참여하는 것과 비슷하다. 모바일이라는 작은 화면,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내가 무신사 자체브랜드, 그리고 무신사가 키우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사실은 왠지 의욕이 나지 않게 만든다. 아마존이나 쿠팡에서도 어렵지 않게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를 찾아볼 수는 있지만 무신사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무신사는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고객들이 오픈마켓에서 생각하는 구매자(Buyer)가 아닌 사용자(User)였다. 매일 무신사에 올라오는 컨텐츠를 보기위해 방문하는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시작된 무신사의 커머스는 다양한 콘텐츠 중심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여타 다른 플랫폼들이 걸어온 길과는 다른 전혀 다른 경로였다. 소수의 브랜드를 육성했고 그 브랜드의 품질과 실력이 상승하면서 무신사의 시장입지와 경쟁력도 성장했다. 무신사와 함께 한 브랜드들은 타 쇼핑몰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큐레이션이라 이야기하는 다양한 옷 입는 방법이나 스트리트 패션도 무신사를 사용(Use)하는 이유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육성과정에서 무신사는 그 브랜드들과 자본을 섞었고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신사는 그 브랜드 숫자를 이제 100개까지 늘려가려 하고 있고 이제는 이들의 글로벌 진출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무신사의 성장경로를 보면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차라리 커뮤니티, 혹은 Z세대에 특화된 브랜드 몰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타겟하는 시장의 특징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상품을 만드는 제작자들과 협업하는 그런 브랜드 몰인 것이다. 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업방식과 동일하다. 나의 타겟 시장을 선정하고 이 시장에서의 불만요소(Pain Point)를 찾아 해결해주는 가장 고전적인 사업방식말이다.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6000개의 입점 브랜드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와 100개의 육성 브랜드를 위해 온오프라인 자원을 활용한다면 나머지 5900개의 브랜드를 위한 플랫폼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고속 성장이라는 과정을 격으면서 무신사는 브랜드 몰에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규모가 얼마일지 모르지만 배송비 지원, 제작비 대출지원 등의 판매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6000개에서 100개를 제외한 5900개 브랜드들에게 무신사가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진정으로 공평, 공정해야 플랫폼은 성공한다는 사실을 무신사는 이제 이해해야 한다.  브랜드몰과 플랫폼의 성공방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신사의 성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반적인 플랫폼 이론에 따르면 플랫폼은 양면시장을 지향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양면시장을 동시에 지향한다는 의미다. 이 두 시장 참여자에게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원칙을 정하고 운영하는 것이 플랫폼의 기본룰이다. 그 원칙이 시장에서 인정되면 그 플랫폼은 자리를 잡게 된다. 고객만족, 고객중심경영과 같은 과거의 선언들은 플랫폼에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플랫폼은 고객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즉 고객과의 관계가 강하다는 표현을 하기 힘들다. 물론 아마존과 같이 대외적으로는 고객에 충성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플랫폼의 양면시장 지향을 보면 그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플랫폼은 규모에 집중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빨리 대상 시장을 넓힌다. 굳이 작은 시장, 제한된 상품구색에 한정되려 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이 B마트로 쿠팡이 쿠팡이츠로 확장하는 것은 플랫폼의 본질적 속성이다. 구색이라는 가격이외의 또 하나의 상거래 요소는 플랫폼이 규모를 이뤄내는데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빠르게 구색을 늘리고 이를 통해 규모를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해왔다.

 

무신사는 플랫폼의 이 두가지 보편적 원칙의 반대방향을 선택했다. 고객에 집중하면서 무신사를 사랑하는 고객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Z세대 그리고 유니섹스 패션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성공했다. G마켓을 포함한 경쟁 플랫폼들이 Z세대의 취향과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 이들 만을 위한 콘텐츠와 정보를 제공했고 이들이 열광할 만한 제품을 파트너 기업들과 협력하여 만들었다. 타 플랫폼들이 전혀 할 수 없었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기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 결과는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무신사라 할 수 있다. 

오픈마켓이라는 전형적인 플랫폼은 낮은 가격과 보편적 구색을 제공하기에 대중을 만족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정 세그먼트가 원하는 것을 찾아 만들어주는 것은 어렵다. 무신사는 오픈마켓이 할 수 없었던 가치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그 과정을 우리는 “고객 네트워크”의 확보라 볼 수 있다. 내가 집중하는 시장이 원하는 바를 제공함으로 고객을 모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을 “고객 네트워크”라 부른다. 과거에 우리가 고객 세그먼트라 불렀던 그런 시장구분의 개념이 아니라 소통이 이뤄지는 고객집단을 의미한다. 무신사는 “고객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원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고객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시도는 플랫폼이 거대화되면서 기존 브랜드들이 이제 막 시도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플랫폼에게 고객과의 관계를 양보하기 싫은 브랜드들이 스스로의 고객을 정의하고 이들과 직접 소통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나이키는 2019년말 아마존과 결별하고 NTC(Nike Training Club), NRC(Nike Run Club)과 같은 모바일 고객 커뮤니티 도구를 통해 자신만의 고객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 노력을 통해 연결된 고객은 1.8억명이 넘었고 아마도 이중에 나이키 팬덤을 갖고 있는 고객이 30%는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이들과 소통하면서 다음 시즌 상품을 고민할 것이고 출시된 제품은 가장 먼저 이들에게 제공될 것이다. 과거 나이키는 고객과의 관계를 3만개의 리테일러, 즉 전통적 유통망인 도소매상에게 의존했던 기업이다. 하지만 이제 리테일이라는 영역이 플랫폼에 의해 장악되면서 더 이상 기존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되었고 나이키는 자신의 고객을 만들고 그들에게 집중하려고 변화하고 있다. 무신사는 나이키가 이제 하려고 하는 변화를 처음부터 만들어 온 것이다. 시작이 달랐기에 고객에 집중했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든 것이다. 


무신사의 최근 행보는 보다 많은 브랜드들을 무신사안으로 끌어들이려는 플랫폼다운 시도로 보인다.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기에 지속되는 성장의 요구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플랫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굳이 무신사를 플랫폼이라는 단어에 가두고 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무신사가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한다면 플랫폼이 가져야할 본질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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