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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Dec 12. 2021

페이스북의 집중과 고민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고

외부에 사업보고서를 읽고 쓰는 글을 기고하면서 지난 7월에 가장 먼저 썼던 글인데.. 브런치에 재발행하는 것을 까먹었었네요. 문제는 페이스북이 최근에 메타(Meta)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메타버스 행보를 시작했기에 글 자체가 알리고자 하는 바가 이미 보도돼 버린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페이스북의 2020년 실적을 정리해 두고 싶어 재발행합니다. 내년에는 메타의 집중과 고민으로 글을 써야겠네요. 


기업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는 방법은 재무제표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회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에 이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재무제표의 앞부분에 사업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은 회계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단지 이를 열심히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따름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은 상장기업이다. 그러기에 매년 실적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를 Annual Report라고 하는데 10-K라 한다. 

이 글의 목적은 플랫폼 기업들의 10-K를 분석하여 이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이미 6개월이 흘렀기에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2020년 10-K Annual Report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물론 곧 2021년 사업 보고서가 나올 것이기에 이 고민과 집중이 어떻게 처리되고 변화되고 있는지 역시 알아볼 생각이다. 


오늘의 대상은 Facebook이고 페이스북은 12월 결산법인이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2020년 210불에서 273불로 대략 30% 정도 상승했다. 2021년 올해는 그 상승폭이 더 커져서 상반기 동안만 30%에 가까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 뜻은 시장이 페이스북의 고민이 크지 않고 집중하고 있는 영역의 잠재가치가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다. 7월 12일 현재 가격이 371불이니 2021년에도 이미 33% 이상 상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미래에 대해 시장은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사업영역

먼저 페이스북의 사업영역을 살펴보자. 페이스북은 자신의 사업을 4가지로 구분한다. 사업을 어떻게 구분하는 가는 이 기업을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메신저, 그리고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으로 나눈다.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는 그대로 첨부하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Facebook. Facebook enables people to connect, share, discover, and communicate with each other on mobile devices and personal computers. There are a number of different ways to engage with people on Facebook and build community, including Facebook News Feed, Stories, Groups, Shops, Marketplace, News, and Watch.


•Instagram. Instagram brings people closer to the people and things they love. It is a place where people can express themselves through photos, videos, and private messaging, and connect with and shop from their favorite businesses and creators. They can do this through Instagram Feed, Stories, Reels, IGTV, Live, Shops, and messaging.


•Messenger. Messenger is a simple yet powerful messaging application for people to connect with friends, family, groups, and businesses across platforms and devices through chat, video, and Rooms.


•WhatsApp. WhatsApp is a simple, reliable, and secure messaging application that is used by people and businesses around the world to communicate and transact in a private way.


•Facebook Reality Labs. Facebook Reality Labs' augmented and virtual reality products help people feel connected, anytime, anywhere. Oculus Quest lets people defy distance with cutting-edge virtual reality (VR) hardware, software, and content, while Portal helps friends and families stay connected and share the moments that matter in meaningful ways.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단지 숫자상에서 알아야 하는 트래픽 지표로 DAU(Daily Active Users)는 18억 명이고, MAU(Monthly Active Users)는 28억 명까지 증가했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페이스북 패밀리 어플의 모든 DAU와 MAU는 각각 26억, 33억으로 집계됐다. 결국 인스타그램의 시장과 페이스북의 시장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메신저와 WhatsApp을 구분한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에 있어서 메신저에 대한 전략은 미래를 만들어 감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지만, 이러한 구분은 아직은 명확한 전략이 없다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늘 감탄을 마지 않는 텐센트의 슈퍼앱 전략과 비교에서 페이스북의 메신저 전략은 아직 정확하게 방향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많은 곳을 보고 있기에 메신저에 대해 쏟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그런면에서 현재 페이스북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페이스북의 집중

마지막으로 Facebook Reality Labs를 별도의 사업영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이를 페이스북의 미래로 생각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Labs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은 것은 아직은 수익창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어막으로 보이지만 이를 하나의 별도의 사업군으로 생각하는 것은 현재 가장 Hot 한 영역인 메타버스에 페이스북이 큰 지분을 갖고 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로블록스나 제페토와 같이 낮은 연령대의 고객이 많지 않기에, 페이스북이 향후 어떤 AR, VR 전략은 보다 현실적인 리얼리티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페이스북의 생각은 지금 이야기되는 게임과 같은 가상현실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재 FRL을 리드하고 있는 Michael Abrash의 스피치를 보면 페이스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상현실은 현실을 돕는 방향, 특히 협업의 도구로서의 가상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일을 함에 있어 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솔루션으로서의 가상현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플랫폼

오큘러스 퀘스트는 두 번째 버전이 나와서 이미 기존 버전 오큘러스의 과거 5년 동안의 판매량을 넘어서 VR이라는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음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도 가상현실에 대한 현재의 시장 개념, 즉 헤드셋을 착용하고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몰입도(immersive)를 느끼면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개념을 바탕으로 AR/VR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 디바이스를 구매해야 하기에 기술적, 가격적으로 수용 가능한 디바이스의 개발이 첫 단계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컨퍼런스인 Oculus Connect 6와 7을 보면 이 기기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로이 나온 Oculus Quest 2는 디바이스가 어느 정도 완성되었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다음 단계는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고, 그 트리거는 메타버스 산업을 끌어가 줄 킬러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적 사고에서는 페이스북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공급자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보다 매력적인 소프트웨어들이 오큘러스 스토어에 나타나게 만드는 것이다. 2020년 Oculus Connect 7은 그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0년 사업보고서에 보였던 메타버스에 대한 페이스북의 생각은 지난 11월 "Meta"로의 사명으로의 변경과 더불어 아주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런면에서 사업보고서를 통해 미래를 읽는 이 과정은 매우 유용해 보인다. ㅎㅎ




2020 페이스북의 재무실적

페이스북의 2020년 재무실적을 살펴보면 거의 1000조에 달하는 기업의 성장이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엄청나다. 2020년 매출은 859억 불로 2019년 707억 불 대비 21%의 성장을 보였다. 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CAGR이 33%인 점을 보면 성장 속도가 늦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페이스북의 성장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보여준다.



아래 그림은 2021년 1분기까지의 매출의 추세 그래프이다. 세세한 숫자보다는 추세만 참조하시길 바란다. 2021년 1사분기 실적을 보면 코로나의 영향인지 매출이 재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나타나는 숫자는 모두 TTM기준이다. 현 분기를 기준으로 과거 4분기 수치를 합산하여 연간의 개념으로 표시한 것이다. 

[1] TTM은 Trailing Twelve Month의 약자로 과거 4분기를 합산한 수치입니다. 분기별 Seasonality를 없애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언제나 1,2,3,4 분기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그래프에 보이는 숫자는 분기 실적이 아니라 이번 분기를 기준으로 과거 4개 분기 실적을 합산한 1년기준의 수치라는 의미입니다.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2020년의 영업이익(Income from operations)은 327억 불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38%에 이른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답게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과거 대비 하락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아무리 높아도 추세가 하락이라면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추측컨데 메타버스로의 집중이 그 주된 이유일 것이다. 


아래 그림은 영업이익의 분기별 추세이다. 절대적인 영업이익 수치는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50%를 정점으로 대세 추세는 하락이지만 2021년 들어 다시 비율이 40%까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고민

페이스북이 2020년 연차보고서에서 리스크로 가장 강조한 것은 광고수익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사업모델이 페이스북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로는 모바일 운영시스템, 브라우저, 스마트폰에 대한 영향력을 가진 애플, 구글의 정책에 따라 페이스북의 타겟 광고의 효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사용자의 웹페이지에서의 얻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겟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그 광고 서비스가 정책환경과 페이스북에게는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애플과 구글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2020년 6월 iOS 14를 발표하면서 페이스북의 타겟 광고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정책을 발표했다. 앱 추적 투명성(Application Tracking Transparency)으로 불리는 이 정책은 사용자 개개인에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으로 페이스북의 경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 앱을 통해 수집해 오던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기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타 어플 사업자, 특히 페이스북 커넥트(Facebook Connect, 페이스북의 통합 Sign on Tool)를 통해 로그인을 공유하면서 얻어왔던 고객 데이터에 대한 접근도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애플의 ATT 정책에 페이스북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케팅 타겟의 정확도가 일정 부분 하락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페이스북을 대체할 만한 마케팅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 한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플랫폼의 독점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한다. 즉 한번 독점을 이루면 충분히 큰 변화의 파도가 와도 자리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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