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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그들은 나를 하고잽이라고 부른다

by 사라랄라 철사라

'욕심쟁이'일까? 나의 '욕망'일까?


경상도 집안으로 시집에 와서 얻은 별명은 '하고잽이'.

하고잽이라는 말은 경상도 방언이다. '하고 잡-(하고 싶-)+-이'에 움라우트가 적용된 말이다. '하고 싶다'를 경남 지역에서는 '하고 집다, 하고 잡다'라고 한다. (출처: 고향말 여행)


결혼하고 교직에 들어와 첫째와 둘째를 출산하고, 하고 싶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건강관리 겸 스트레스 해소 겸 나의 취미생활 겸 겸사겸사였다. '하필' 나의 선택은 철인 3종이었다. 어렸을 때 수영을 오래 했었고, 교통수단으로 지방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며, 러닝은 기초체력 운동을 할 때 항상 하던 행위였기에 부담이 없었다. 다만 부담이었던 것은 3가지 종목을 이어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겸사겸사'시작한 철인 3종은 준비할 용품들도 많았으며, 3가지 종목을 운동할 시간도 필요했고, 대회에 나가기 위해선 1박은 불가피했다.


오픈워터 경험이 없던 나는 사람들이 오픈워터 가서 수영하자고 하면 같이 해보고 싶어서 연습에 참가했고, 자전거 실력을 올려야겠다고 생각 한 나는 동네 동호회에 가입해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했다. 자전거 동호회에 들어가니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수준도 안 되는 아주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용품과 장비는 끝도 없고 자전거 한대 값이 중고차 한 대 값이라니.. 주기별로 갈아야 하는 소모품도 계속 생겨났으며,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선 훈련도 해야 했고, 그란폰도도 나가고 싶었고, 그란폰도에 출전하면 얻게 되는 프로필 사진 같은 것도 얻고 싶었다. SNS의 영향인가 SNS 속 사람들이 핫플레이스에 가서 찍은 인생샷들을 나도 갖고 싶어졌다. 그렇게 건강도 관리를 빌미로 건져야 하는 인생샷 핫플레이스 리스트들이 늘어만 갔다.

사실 제일 관심이 없었던 것은 마라톤이었다. 뛰는 건 힘들었고 혼자 하는 러닝은 지겨웠다. 그러나 막상 또 뛰고 나면 상쾌하고 과정에서 오는 유쾌한 감정들이 나를 뛰게 만들었다. 러닝을 잘하기 위해 추운 겨울엔 등산도 해야 했고, 실내 트레이닝도 해야 했고, 산도 뛰어다녀야 했다. 동료들이 하는 것은 다 해보고 싶었다.


육아만 하면서 내 삶이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의 자아를 찾고 꿈과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워킹맘으로 운동하는 삶을 기록에 남겨보고자 시작한 유튜브와 SNS. 아이 둘 엄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육아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쉽게 시작한 일상 기록용 그리고 정보제공을 위해 시작한 유튜브. 사실 운동하며 영상을 찍고 와서는 일도 하고 육아도 하고 영상 편집하고 글도 쓰기엔 시간이 정말 역부족이지만 재미있다. 취미로 하니 즐겁다. 사실 부귀영화도 누리고 싶지만 그것 또한 나의 '욕망'이다.


취미생활도 그렇지만, 본업에도 욕심을 놓긴 싫다. 동료들이 하는 연구회는 같이 들어가서 활동하고 싶고 연구활동도 하고 싶고, 개인적으로 성장도 하고 싶다.


요즘 청소년들은 꿈이 뭐야? 하고 싶은 게 뭐야? 물으면 '몰라요', '없어요'라고 대답하기 일쑤이다. 대다수가 그렇다. 나는 청소년기 그리고 지금도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아서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청소년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필자가 초등학교땐 성악, 피아노, 발레, 미술학원, 과학영재원,이것저것 방과 후 교실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다 신청해서 경험해 봤다. 좋건 싫건 친구가 하는 건 나도 다 해봐야 했고 내가 궁금한 건 다 해봐야 직성에 풀렸다. 친구보다 잘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고,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뒤에서 물심양면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며 서포트해 주셨던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다만 포기가 빨랐다. 영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잘 알았던 것 같다. 메타인지가 좋은 건가?라고 포장해 본다.


그리고 중요한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하고잽이', '나'에 대한 책도 써보고 싶다. 이것 또한 욕망일까 욕심일까?

서른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나의 인생 시계는 아직 오전 7시쯤 되었으려나. 출근시간 전이다. 출근 준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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