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피렌체 우피치, 난 좀 질투가 나네

by Loveyouth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는 어느 순간 미술을 사랑하게 되었고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품의 아름다움은 두말할 것 없고 그 속에 얽힌 역사와 스토리가 내겐 무척이나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외국문학 이외에 가장 많이 보는 책 장르 역시 미술이다. 많이 읽고, 보다 보니 명화들을 직접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내 전시를 넘어 남편과 해외여행을 가도 꼭 빼놓지 않는 일정이 바로 미술관 방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미술관을 찾는 행위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2007년 뉴욕 여행이 시작이다. 메트로폴리탄, 휘트니 뮤지엄, 모마 등 뉴욕에 있는 2주 동안 시간이 허락하는 한 미술관에서 최대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그림이나 화가의 삶 모두 영화 같은 반 고흐의 작품들을 실제로 처음 본 순간 눈물이 왈칵 났다. 그때 처음 메트로폴리탄에서 알게 됐다. 그림에도 감정이 있다는 걸. 그렇게 미술관을 가는 것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여러 의미로 메트로폴리탄은 내게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장소다. 먼저 그곳은 참으로 고마운 곳이다. 명작들을 다수 소유한 덕에 내가 그림을 이해하는 폭이 한 뼘 더 깊어지게 했고, 여행을 가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라도 미술관 방문만큼은 꼭 빼놓지 않게 만든 곳이니 남다른 의미라면 의미를 지닌 장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태고지>


그런데 한편으론 씁쓸함을 감출 수 없기도 한 장소이기도 하다. 바로 그곳에서 하나의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메트로폴리탄에 한국관이 마련되어 있단 말에 지도를 보며 어렵게 해당 장소를 찾았다. 일본관을 지나 중국관 뒤에 좋게 말해 아주 소박하게 마련된 한국관.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곳에만 불이 꺼져 있었다. 우리가 국사책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귀중한 국보 백자와 청자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관람객의 관심 밖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후 세계 3대 박물관이자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에 큰 실망감이 들었다.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애국심인지 뭔지 괜스레 그곳에 방치되다시피 놓여있던 한국의 작품들과 화려하게 전시된 다른 작품들이 비교되어 질투심이 생겼다. '한국에서 공수되어 간 우리 보물들이 이렇게 찬밥신세를 받는다니... 이럴 거면 그냥 다시 돌려주지.' 그렇게 매번 나는 다른 나라에 가면 미술관을 꼭 방문하고, 그곳에서 감탄과 경이와 함께 부러움인지 뭔지 모를 질투심을 남몰래 느낀다.


우피치 미술관


이탈리아 피렌체의 상징 우피치 미술관에서도 그랬다. 사실 우피치는 메트로폴리탄 등 여느 대형 박물관 미술관과는 조금 다른 개념의 미술관이다. 인간이 창조해 낸 것이라곤 믿기지 않는 세계 미술 걸작들이 한 곳에 모인 이 미술관은 피렌체를 대표하는 부호 메디치 가문이 후원한 미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이 수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이 후원했던 예술가들은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등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알만한 작가들이다. 가난했던 그들을 전폭 후원한 덕에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마침내 몇 세대를 넘어서도 우리가 그들의 명작에 감탄할 수 있게 된 거다.


이런 덕에 메디치 가문은 미술사조에 가장 중요한 흐름인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메디치 가문은 자신들이 소장했던 미술품들을 모두 피렌체 시민들에게 기증하면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했다고 한다.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품들은 르네상스의 빛나는 순간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다수였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프리마베라>부터 미켈란젤로 <성가족>,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머리> 등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고 배웠던 작품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또한 모든 작품들이 하나하나 관람객의 시선을 받을 수 있도록 정성껏 전시되어 있다. 내가 방문했던 대형 미술관 중에서 가장 전시 동선도 마음에 드는 곳이기도 했다.


방대한 작품에 조금 다리가 아플 때쯤 남편과 나는 우피치 미술관 내 카페테리아에 들렀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피렌체의 전경 또한 정말 아름다워 마음이 힐링이 될 정도였다. 모든 게 예술 같았던 그곳. 정말 부러웠다. 이런 미술관이 수도도 아닌 도시에 있다는 것도, 세계인을 부르는 작품들이 소장하고 있는 것과 심지어 그 작품들의 창조자가 이탈리언이라는 것도. 그래서 난 또 좀 질투가 났다. 아름다운 작품들을 보고도 여전히 옹졸한 내 마음이 들킬까 봐 남편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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