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youth Nov 21. 2019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감

"강아지 무섭다고 했던 사람 맞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감

남편은 평생 반려견을 키운 적이 없다. 심지어 강아지라는 존재 자체를 무서워했다. 결혼 전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는 우리 부모님 댁을 방문해야 했던 남편은 수일 전부터 극도로 긴장하고 걱정에 걱정을 해야 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알아챈 건지, 정말 이 사람이 가족이 될 사람이라는 걸 알아본 건지 별나디 별난 우리 강아지 세 마리 쮸삐, 동순, 끝순이는 오빠를 처음 본 날 신기하게 짖지 않았다. 이 부분은 아직까지도 가족 안에서 회자되는 미스터리한 사건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타운하우스에 둥지를 튼 뒤, 이 세상에서 가장 별난 강아지 쮸삐, 동순을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나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을 남편은 새로운 식구들이 첫날부터 집안을 당당히 장악해 나가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사람이고 누가 강아지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쮸삐, 동순이는 개 상전답게 놀라운 적응력을 자랑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우리에게 '잘 모시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평생 강아지와 살아보지 않은 남편은 허둥지둥 강아지 두 마리를 쫓아다니기 바빴다. 


너무 아름다운 사진인데 이상하게 찍혔네 ^^;;


남편이 우리 개 상전들과 함께 산지 벌써 1년 6개월이 흘렀다. 남편은 지금은 강아지가 없으면 못 사는 사람처럼 우리 쮸삐, 동순이를 안아주고, 먹이고, 산책시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출근하고 나면 물도 사료도 먹지 않고 기다리는 쮸삐와 집안에서는 절대로 화장실을 가지 않는 동순이를 떠올리며 언제나 부랴부랴 퇴근한다. '언제 끝나? 강아지들 기다리니 빨리 가야 되는데'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나를 재촉하곤 한다. 


집에 도착해서도 일분일초를 아끼기 위해서 나에게 차에서 빨리 내려 강아지들 챙겨달라고 말하는 착한 오빠. 이런 변화가 너무 신기하다. 강아지를 챙겨 주라는 게 아니라 챙겨 달라라니...  


우리 쮸삐 나이 14살, 동순이는 13살이다. 우리 강아지들과 10여 년을 넘게 삶을 공유하고 교감해온 나와 오빠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너무 아끼는 내 가족이니 오빠는 분명 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강아지들을 키우는 것에 동의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설령 다투더라도 남편은 쮸삐, 동순이가 놀라니 제발 싸우지 말자고 부탁하며 나보다 우리 강아지들을 더 가슴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절대 강아지들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만 바라보고 애정을 갈구하는 우리 강아지들을 어루만져준다. 


남편 품 안에서 쮸삐


남편은 내 눈앞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감을 보여준다. 동순이는 악역을 자처하는 나보다 이젠 남편이 더 좋은 듯 하루 종일 졸졸졸 따라다니기 바쁘다. 외출을 하고 집에 와도 제 자리에서 꼬리만 흔들며 노익장을 과시하던 동순이는 남편이 어쩌다 야근을 하고 집에 오면 문 앞으로 쏜살같이 쫓아가 껑충껑충 뛰며 온갖 애교를 다 부린다. 너무 그리웠다고 보고 싶었다고. 


이제 이런 모든 일들이 일상이 되어 버린지도 오래인데 나는 아직도 남편과 우리 강아지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강아지가 무섭다고, 부모님 댁에 가서 자기가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가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던 그때 그 사람이 지금 맞는지. 경이롭다고 하면 너무 주책이겠지.. 우리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나의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