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youth Oct 11. 2020

엄마가 울었다.

엄마가 울었다. 엄마의 눈물은 다름 아닌 나의 집 때문이었다.


지난 주말 코로나를 피해 추석 연휴 전 일찍이 외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내 생일 이후 엄마와 한 달 여만에 만난 자리이기도 했다. 외동딸로 태어나 엄마에게 A부터 Z까지 비밀이라곤 하나 없는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내내 마음이 들떴다. 특히 그간의 이사 소식을 업데이트해야 하기에 마음도 몸도 바빴다.


사실 무난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던 우리의 이사에 아주 작은 에피소드가 발생했고, 결국 11월에서 12월로 이삿날을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새로운 집을 사서 이사를 가는 것이 처음이었던 남편과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에피소드 덕에 수도권 입성이 역시나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순간이었다. 여하튼 쉽던 어렵던 결론이 난 일이기에 이 철없는 딸은 엄마에게 '사람들이 무섭더라', '돈이 무섭더라' 등등 세상 온갖 무서운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조잘조잘.


유머감각 넘치는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모든 시련을 잊게 하는 입담으로 나와 남편에게 뜨거운 공감을 보내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인생 멘토에게 위로를 받으니 나는 다시 파이팅해서 이사 준비를 할 자신이 생겼는데... 그런데 우리 엄마, 왜 입은 웃고 있는데 울고 있는 거지? 이상하네?


이 넓은 서울 땅에 우리 집은 없구나


"엄마 왜 울어?"

"너희한테 아무런 도움이 돼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엄마와 감정 버튼이 연결되어 있는 나 역시 왈칵 눈물이 났다. 두 모녀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이야기를 가만히 경청하고 있던 남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우린 비밀이 없어야 하니 지나간 일처럼 생각 없이 늘어놓은 말들로 엄마를 울게 한 것 같아 깊은 죄책감에 빠졌다. 곧 우리 집이 될 집에 살고 있는 전 주인, 집을 내놓은 쪽에 더 편의를 봐주는 부동산 사람들, 은행 빚 등등 몇 년 전이었더라면 모두 자신이 해결했을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딸을 보곤 엄만 눈시울을 붉혔다.


2020년 10월 내 나이 35.9살. 스스로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흉일 나이가 된 딸을 엄만 하염없이 가슴 아프게 바라본다. 안해준 것 없이 다 해줬음에도 아직 더 못 주는 게 가슴 아파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 엄마에게 묻고 싶었다. 엄마, 엄마란 건 그런 거야? 엄마란 건 그렇게 무거운 거야? 우리 집을 사는데 왜 엄마가 울어. 남들은 집 샀다고 하면 다 좋은 일이라 축하를 해준다는데 엄마는 왜 울어? 엄만 왜 더 나를 위해 희생하지 못해서 늘 우는 거야? 엄마... 엄마 울지 마.


집이 뭐라고. 씩씩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 엄마를 울리다니 보란 듯이 더 잘 살 테다. 엄마의 희생은 언제나 나를 바른길로 인도했고, 치열한 경쟁의 연속인 이 세상에서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뜨거운 오기가 발동했다. 엄마 두고 봐 난 더 잘 살 거야. 이런 시련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 딸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