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품상회 Apr 23. 2019

일상을 다르게 보고싶다면?

5월 취미 추천 [필름카메라]

취미가 뭐예요?

당신에게 취미가 있나요?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척했지만, 진짜 대답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장 무난한 독서라고 말했다. 사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시간 날 때마다 책꽂이에 꽂힌 책 아무거나 꺼내서 침대에 누워 읽는 정도랄까. 이마저도 읽다가 잠든 경우가 대다수다. 취미는 전문적인 기술이 아닌 단순히 즐길 수 있는 일을 뜻하는데, 내 시간을 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정말 하나도 없는 걸까. 혹은 있는데 내가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번엔 사람들의 취미가 궁금해서 물었다. 사진 찍기, 드로잉, 요가하기, 등산하기, 쿠킹 클래스 등. 왠지 가벼워 보였고, 나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가 '일일 집밥 요리 클래스'를 같이 신청하자고 했다. 원래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였지만, 요리까지 좋아하는지 몰랐다. "원래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어?" "아니, 근데 먹는 걸 좋아하니까 직접 만들어 보고 싶더라고" 친구 보고 알았다. 취미는 어렵게 찾는 게 아니구나.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취미가 될 수 있다. 내가 평소에 즐기고 있다고 할 만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맛집탐방, 음악 듣기 등. 무난하다. 내가 취미를 잘 몰라서 맛집탐방, 음악에만 멈춰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바쁜 일상으로 일과 집을 반복하는 직장인들,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모를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상을 즐겁게 보낼 나를 위해 매달 새로운 취미를 추천하려 한다.


5월 추천 취미, 필름카메라

엄마의 낡은 필름 카메라


엄마, 이거 되는 거야?
그거 고장 났어


며칠 뒤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다. 안방에서 여름옷을 꺼내다가 엄마가 젊었을 때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를 발견했다. 엄마의 낡은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수리점에 갔다. 고장인 줄 알았던 카메라는 배터리가 없어서 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래되어 작동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엄마의 카메라를 가지고 라오스로 여행을 떠났다. 라오스에서 찍고 싶은 모든 걸 찍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만 찍기 위해 5개의 필름을 챙겼다. 필름 카메라는 찍은 사진을 바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며칠 뒤에 확인할 수 있으며, 생각보다 잘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걸 찍었는지 잊고 있다가 인화된 사진을 보면서 그때를 추억할 수도 있다는 아날로그적 장점이 있다. 라오스 여행 내내 좋았던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겼고 어떻게 인화될지 기대하며 사진관에 갔다. 며칠 기다린 뒤에 본 사진은 라오스에서 느꼈던 감성 그 이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핸드폰에선 느낄 수 없는 따뜻한 감성.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필름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찍는 일이 많아졌다.



필름 카메라 들고 동네 산책


후지 Color 100

필름 카메라를 들고 동네 마실을 떠났다. 원인재에 가면 도시에 다른 숲 속에 있는듯한 작은 공원이 있다. 이곳에 앉아 있는 한 아저씨를 봤다. 쪼그려 앉아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 뒷모습만 봤다면 쓸쓸해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주변에 있는 나무들 덕분에 풍경을 즐기는 모습처럼 보인다.  


*필름 이름 뒤에 C100 혹은 C200는 감도를 뜻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인다. 100짜리를 실내에서 찍으면 흔들릴 수 있지만 800 감도를 사용하면 덜 흔들리게 나온다. 그만큼 필름값이 비싸다는 점!

후지 Color 100,

왼쪽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 보였다. 그 모습을 찍기 위해 기다렸고 카메라 화면에 자전거가 나오자마자 찍었다. 공원엔 역시 사람이 나와야지. 자전거 탄 사람이 지나가면 사진에 감성을 더 더해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 생각이 맞았다. 내가 원하는 사진이 나오니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찍고 싶은 순간을 찍기 위한 뻔뻔함이 필요하다. 길 한복판에서 사진기를 들고 있을 줄도 알아야 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을 찍기 위한 기다림도 필요하다. 사진작가는 매번 원하는 순간을 찍을 때까지 기다렸겠구나. 찍을수록 너무 재미있다!

후지 C200

사진 찍을 때 일부러 인위적인 빛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진짜 햇빛에서 나오는 따스함을 표현하기란 어렵다. 같은 필름 이어도 어느 시간에 찍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좀 더 주황빛으로 나오고, 나뭇잎에 비춘 햇빛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빛 하나로도 분위기가 현재가 아닌 엄마 아빠 시대에서 찍은 것 같다.


매일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찍고 싶을 때마다 카메라를 꺼냈다. 필름 카메라 덕분에 찍고 싶은 것에 집중하게 되고, 주변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에 대한 애착도 생겼다. 평소에도 걷던 거리였는데 카메라를 들고 걸으니 좀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사진만 찍었을 뿐인데 익숙했던 풍경을 달리 보는 시각이 생기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일상을 즐길 수 있는 게 취미인 것 같다. 앞으로도 필름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나야지.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


필름 카메라는 사진 찍는 순간을 집중하게 하고 되고, 신중하게 찍게 된다. 24컷 혹은 36컷 안에 찍어야 하기도 하고, 필름값과 인화 값도 만만치 않으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필름 카메라는 비싼 취미라고 불린다. 하지만 좋은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고, 사진을 앨범지에 정리하면서 추억을 소환하는 일 또한 즐겁다. 취미는 순간을 즐기기도 하지만 잘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까지 고민하게 한다. 사진 찍으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여 좋아하는 것을 찾고, 관찰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고 싶다.



*매달 한 가지 취미를 추천해드립니다.
다음 달에는 어떤 취미를 추천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더 많은 콘텐츠 및 취미는 일품상회!




작가의 이전글 나도 모르게 잠드는 스르르 베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