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품상회 Jun 28. 2019

도비는 자유예요

생존신입일기 5화 -마지막화

오늘 늦잠 자서 급하게 옷을 입었어요. 눈에 보이는 단추부터 잠그다 보니 마지막 단추 하나가 남더라고요. 단추 구멍을 잘못 끼웠던 거죠. 안 그래도 늦었는데 이 단추가 뭐라고 말썽 부리는지. 다시 옷을 정돈하니까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어졌어요. 처음부터 단추 구멍을 잘 보고 끼웠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후회했어요. 어쩌면 단추 구멍을 잘못 끼우면 늦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지도 몰라요. 바쁘다 보니 잊었던 거겠죠?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매일 해 뜬 아침을 맞이하지만 해진 저녁을 보면서 퇴근하고, 즐겼던 취미를 자꾸 미루게 되는 것처럼요. 하루가 빠르다며 투덜거리지만 일하는 시간이 빨리 가길 원했어요. 제가 원하는 건 잘 이루어지지 않는데 시간만큼은 빨리 지나갔네요.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빨리 가는 만큼 빠르게 늙고 있거든요. 작은 공간에만 머물러 있기엔 시간이 아까우면서 현실을 파악하며 꾸역꾸역 일 했던 것 같아요. 아직 좀 더 놀고 싶고, 때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럴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 때도 있었고요.


그렇게 생각한지도 벌써 2달이 지났고 신입생존일기 5화를 쓰고 있네요. 5화쯤 되면 보통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신입생존일기답게 생존하는 하루에 대해 썼겠죠? 오늘도 실수하고 시무룩한 상태로 퇴근하여 맥주 마시며 스스로를 다독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다행히 오늘은 그러지 않았어요. 전 생존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5화를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되었어요. 이 글을 누가 볼지 모르겠지만:) 혼잣말을 좀 더 해볼게요..

그만두더라도 여전히 글은 쓸 거예요. 이곳이 아닐 뿐이에요.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를 해볼 수도 있고요. 이제 막 모은 적금을 깨고 여행 갈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또 제 일상이 위태로워질까요? 막막하긴 하네요. 가끔 답답해서 한숨 나오기도 하지만 그냥 일 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차피 일해도 불안하고 일 하지 않아도 불안하니까. 그게 씁쓸할 때도 있지만 때론 잘 받아들여지기도 해요. 살려고 하니까 어떻게든 살아지더라고요. 친구들과 커피 한 잔 마시며 별거 없는 일상을 나누기도 하고, 조금씩 모은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있고요. 어떻게든 잘 살고 있는 저를 볼 때마다 사는 게 별거 아니란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어디서나 잘 살아남겠지라며 잊혀지고 싶지 않아요. 문득 지금쯤 뭘 하며 지낼지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지도가 없어서 제가 쓴 글을 본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한두 명이라도 제 글을 봤다는 것에 더 좋았거든요. 그러다가 가끔 포털사이트에 제 글이 소개되면 웃음을 감출 수 없었고요. 어딜 가나 이렇게 소소하게 살고 싶어요. 글로 먹고살고 싶단 생각은 하지만 유명해지고 싶진 않아요. 그냥 작은 서점에 제 이름으로 된 책 몇 권이 꽂혀있었으면 좋겠어요. 우연히 제 책을 발견하고 공감된다며 좋아해 줬으면 좋겠고요.


오늘은 이렇게 인사하고, 못다 쓴 글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할 것 같아요. 뭐든 마지막은 씁쓸하지만 하던 일은 마무리 짓고 떠나야 되니까. 전 오늘이 마지막이라 도비는 자유예요를 바탕화면으로 바꿨고, 아래 짤로 여러분께 인사드리려 해요. 살아남는 삶이 아닌 살아가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동안이라고 하기에 별거 없었지만 그동안 제 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신입 여러분 저 먼저 떠납니다.ㅎㅎ


에디터. 송다혜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더 많은 컨텐츠는 일품상회에서!


작가의 이전글 긴장의 연속 워크숍과 회식, 신입일기 2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