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이 참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다. 항상 시작은 거침없이 쓴다. 있는 생각을 모두 꺼내놓고 흰 화면을 어지럽힌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잊은 채, 마지막 문장으로 멋있게 마무리한다. 자, 이제 내 열정의 결과를 한 번 훑어볼 차례다. 승전보를 내심 기대하며 글을 읽지만... 아! 이런 참패의 패전보가 또 없다. 옅은 수치심과, 빨리 탈고하고 싶은 마음에 다소 조급하게 퇴고하고,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으로 발행 버튼을 누른다.
누군가 퇴고의 작업은 끝이 없다고 했다. 퇴고의 반복을 포기한 결과가 탈고라고 했다. 포기한다는 단어의 어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나, 딱히 반박할 길이 없다. 완벽하던 문장도 다시보면 아주 밉상이다. 그리고 특히 글쓰기 실력이 부족한 사람의 탈고라면, 퇴고 과정을 아무리 신중히 많이 거쳤더라도 좋은 글이라 하기 어렵겠다.
퇴고가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은 글도 있다. 정신이 아득해져 버리는 바람에 탈고하지 못한다. 그렇게 작가의 서랍에 처박힌 글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글 쓰는 것에 시간제한이 걸려있으면 모를까, 여유로이 퇴고하는 것이 많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아니, 오히려 시간제한이 걸려있을수록 더 여유로워야 하는 것이 아닐는지.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의 퇴고는 좋은 문장과 짜임새를 해치기 마련이겠다.
돌아보면 많은 상황에서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본 적이 별로 없다. 과거의 그 때마다 얼마나 조급히도 퇴고했던지!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 정신을 잃은 채로 행동했던 듯 하다. 후회없는 탈고를 위해서, 차 한 잔 더 우리며 다시 글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