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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산백병원 Apr 05. 2018

혈액투석으로 만성신부전증이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신장내과 한상엽



'신장'의 기능: 향상성 기능 & 생화학 합성 기능

신장의 기능은 크게 항상성 기능과 생화학 합성 기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항상성 기능은 혈압과 체액량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사고가 나서 출혈이 생겨 체액량이 부족하거나 혈압이 떨어지면 신장은 안지오텐신 합성을 자극합니다. 안지오텐신은 신장에서 수분과 염분 흡수를 높여 체액량을 유지합니다. 또한 말초혈관을 수축하고 심장을 자극하여 혈압을 유지하게 합니다. 


생화학 합성 기능은 신장에서 여러가지 호르몬을 합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물질이 조혈 호르몬과 비타민D 입니다. 신장 기능이 감소하면 빈혈이 발생하는데, 이는 신장에서 조혈호르몬 합성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말기신부전증', 신장이 기능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태

말기신부전증은 신장이 항상성 기능과 생화학 기능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좁은 의미로는 요독소가 몸 안에 쌓이는 상태입니다. 


식사를 하면 체내에서 영양소가 만들어지고 대사 작용이 일어납니다. 이때 노폐물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 노폐물을 요독소라고 합니다. 요독소가 축적되면 매스꺼워서 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정신이 혼미해지고 피부 가려움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신장을 대신해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치료, '투석'

신장을 대신해서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고자 하는 치료가 투석입니다. 


투석에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습니다. 혈액투석은 일회 약 4시간씩 주 2~3회 시행합니다. 복막투석은 일일 3~4회 약 30분 정도 필요합니다. 일부 복막투석 환자들은 기계투석을 이용하여 밤에만 투석을 합니다. 심혈관계 이상이 심한 경우 혈액투석보다 복막투석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반면 복막투석은 집에서 환자 본인이 관리를 해야 하고 복막염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두 가지 투석방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문제는 투석을 이용하여 독소를 제거해도 그 효율이 정상 신기능의 20%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오랜 기간 투석을 하다 보면 다양한 부위에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심장과 혈관, 뼈 합병증이 심합니다. 


'투석', 심혈관계 합볍증 및 뼈 손상 위험 높아


투석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급사나 부정맥의 위험이 높습니다. 투석을 시작할 시점에 심혈관계 합병증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50%가 넘습니다. 또한 인 대사 장애로 혈관 석회화와 뼈 손상이 발생합니다. 혈관 석회화는 동맥의 탄성을 줄이고 심장 부하를 가중시킵니다. 


이러한 합병증들은 투석 기간과 비례하여 나빠져 결국 환자의 사망률을 높입니다. 투석 환자들의 5년 생존율, 즉 5년 후생존해 있을 확률은 50~60% 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히, 고령이거나 여성, 당뇨병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 5년 생존율은 20%까지 떨어집니다. 이에 비해 신장이식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90%가 넘기 때문에 투석보다 이식이 좋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투석보다 5년 생존율이 높은 '이식'

이식에는 생체 이식뇌사자 이식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 중에 신장을 공여할 사람이 있다면 투석을 하지 않고 바로 생체이식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만약 없다면, 국립장기이식센터에 뇌사자 이식 등록을 하여 추후 뇌사자로부터 신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혜자 선정은 유전자 일치도와 대기시간, 혈액형 등 법 기준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정해지므로 뇌사자 이식등록은 일찍 할수록 좋습니다. 국립장기이식센터에 등록할수 있는 자격은 투석을 시작해야 주어집니다. 


투석을 오래해도 등록을 늦게 하면 대기시간을 계산할 때 등록전 투석 기간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투석을 시작할 때 등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현재 대기시간은 5년 내외 입니다. 2016년 말 현재 신장이식 대기 환자수는 17,277명입니다. 2016년 한해 등록 환자수는 3,027명인 반면 뇌사자 신장이식 건수는 1,059명 입니다. 앞으로 뇌사자 공여자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대기시간은 점점 더 길어질 것입니다. 


'이식'에 대한 잘못된 정보 4가지

첫째, 당뇨환자들은 이식을 받으면 좋지 않다? 

이는 일부만 맞고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식 후 예후는 당뇨환자가 비당뇨 환자보다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뇨환자들은 투석을 유지했을 때 예후가 특히 좋지않습니다. 당뇨환자들은 투석 중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에 이식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유전자가 많이 일치해야 한다? 

실제 뇌사자 대기 환자들 중에는 유전자 6개중 5개 이상 맞아야 수술을 받겠다는 분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전자가 50% 이상, 즉 3개 이상 일치해야 이식을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6개 유전자가 하나도 일치하지 않더라도 가능합니다. 이는 신약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유전자 수가 많이 일치하는 신장을 받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일치하는 신장을 기다리다 치명적인 투석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셋째, 혈액형이 일치해야 한다? 

현재는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이 가능합니다. 일부 환자들은 혈액형의 항체 역가에 따라 혈액형 불일치 이식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술 전 미리 전처치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고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방법이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자료를 보면 생체이식의 약 30% 정도가 혈액형 불일치 이식일 정도로 그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넷째, 이식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실제 이식 수술 비용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적비용을 감안하면 이식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식 이후 관리비용은 적게 듭니다. 반면 투석은 일정한 의료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실제 누적비용은 약 2년 후엔 이식과 투석이 유사해지고 이후부터는 이식이 투석에 비해 적습니다. 


신장병은 신장기능이 30% 남을 때까지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신장병이 진행된 경우 치료하기가 어렵습다. 가능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해야 완치가 가능합니다. 병이 진행되어 완치를 못하더라도 식이요법과 약물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완화해야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시점을 늦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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