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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산백병원 Apr 04. 2018

학교 폭력과 마음 건강

정신건강의학과 박은진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 중 "학교가 싫다"라며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학교 가는 것이 정말 죽으러 가는 것 같아 밥도 못 먹고 쓰러지고 죽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에게는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고 친구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상호작용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런 즐거움과 배움의 공간인 학교에서 경험한 상처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학교폭력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따돌림, 언어적 관계적 폭력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학교폭력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언어폭력(35.4%), 집단따돌림(16.8%)입니다. 학교에서 이런 경험이 누적되고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트라우마로 느끼게 됩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3배나 증가합니다. 또한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요즘은 언어폭력, 관게폭력이 더욱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또래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반복해서 들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우울증, 불안증, 신체화 증상 등 다양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보이고 뇌기능연구에서도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교량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보고(Teicher 등, 2010)도 있어 언어폭력마저도 단순한 아이들끼리의 장난이거나 놀림이 아니고 엄연한 폭력이고 반드시 예방하고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학교폭력 이외에도 청소년의 고민, 마음건강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통계청에서 2012년 이후의 자료들을 분석하여 발표한 2014년 청소년 통계를 보면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1위는 자살입니다. 이후로 자살하는 청소년은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2016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어려움이 있어도 어른들에게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느끼고 어른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정서와 행동 변화가 느껴진다면 부모님들과 주변 어른들은 더욱 관심을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에도 어른과는 달리 짜증, 반항적 행동, 게임 과몰입, 집중력 저하, 복통이나 두통 등 잦은 신체 통증, 무기력한 모습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춘기 변화라고 가볍게 넘기지 말고 아이와 나의 관계에서 큰 변화가 생긴다면 아이와의 대화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아이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듯이 가볍게 이야기하고는 부모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아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면 반드시 진지하게 들어보도록 합니다. 비판하거나 평가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에는 아이의 감정, 생각을 공감하고 인정하는 표현을 하고 그 다음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를 자퇴하고 싶다고 갑자기 말하는 아들에게 벌컥 화를 내고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버린 아버지는 나중에 아들이 학교에서 지속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신체적으로 학대에 가까운 폭력까지 당해 자살을 생각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알고 오열했습니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면 이유를 찾아보고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의 WEE 클래스나 교육청의 WEE 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아이의 정서와 행동 변화에 대한 무료상담을 진행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는 어른들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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