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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없이 계속되는 후비루, 약으로 좋아질 수 있다

정의조차 없던 후비루, 드디어 ‘질환’이 되다

by 일산백병원

정의조차 없던 후비루, 드디어 ‘질환’이 되다

“원인 없이 계속되는 후비루, 약으로 좋아질 수 있다면?”


[사진] 일산백병원 이비인후과 최익수 교수가 특발성 후비루를 하나의 독립적인 임상 질환으로 인식하고,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제시했다..jpg


후비루(postnasal drip). 목 뒤로 코 분비물이 넘어가는 증상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 증상이 몇 달씩, 때로는 수년씩 계속된다면 어떨까요? 코는 멀쩡하고 부비동염도, 알레르기도 없는데 목 뒤로 자꾸 점액이 넘어가 불쾌하고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말입니다.


그동안 이처럼 원인을 찾기 어려운 후비루는 명확한 진단명을 갖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기타’로 분류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증상에 대해 ‘특발성 만성 후비루(Chronic Idiopathic Postnasal Drip)’라는 독립 질환 개념이 제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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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름이 있습니다”

— 특발성 후비루, 독립 질환으로 제안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이비인후과 최익수 교수 연구팀은 3개월 이상 만성적인 후비루 증상을 겪고 있는 환자 133명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부비동염, 위식도 역류 등 기존의 흔한 원인들이 모두 해당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공통된 임상 양상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평균 55세, 증상 지속 기간은 평균 3년 이상이었으며, 대부분은 증상을 “일상에 방해가 될 정도”로 호소했습니다. 특히 시각적 평가 척도(VAS)에서 평균 7점을 기록했을 만큼 불쾌감이 컸습니다.

이제껏 ‘정의되지 않았던’ 이 만성적인 후비루에 대해 연구팀은 ‘특발성 후비루’라는 새로운 질병 명칭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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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가능할까?”

— 항히스타민제 + 비충혈제 병용요법으로 70% 이상 증상 개선


그렇다면 이 ‘특발성 후비루’는 치료가 가능할까요? 연구팀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예: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와 비충혈제(코막힘 완화제)를 병용 투여한 결과, 환자의 71.6%에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치료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평균 2주 이내에 불쾌한 점액 증상이 눈에 띄게 줄었고, 55.6%는 그 효과를 ‘우수’ 또는 ‘매우 우수’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약 복용을 중단했을 때는 약 26%의 환자에게서 증상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특히 코막힘이나 지속 증상이 있던 환자일수록 재발률이 높았습니다.



치료법: 1세대 항히스타민제 + 비충혈제 병용

호전 비율: 71.6%

반응 시기: 평균 2주 이내

환자 평가 (우수 이상): 55.6%

재발률: 26% (약물 중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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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전략, 이제 시작입니다”

— 임상 기준과 가이드라인, 왜 필요한가?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재채기, 코 가려움증 등에 효과적이며, 비충혈제와 함께 쓰면 코막힘 개선 효과가 높아집니다. 그러나 졸음, 입마름, 집중력 저하 등 부작용이 있어 장기 복용에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치료 반응은 기대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후비루 환자에게 표준적인 진단 기준이나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며 ‘이유 모를 증상’으로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최익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발성 후비루를 하나의 질병으로 바라보고, 진단 및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임상적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합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이 정의 하나가 환자들에게는 삶의 질을 되찾을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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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일 ❞


‘후비루’라는 증상이 의학적으로 진지하게 다뤄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활을 피곤하게 만드는 증상이 반복될 때, 그것이 ‘질병’으로 인정받고 치료 전략이 마련되는 것은 환자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특발성 후비루’는 아직 완전히 정립된 개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처럼, 사소해 보이던 증상에도 과학적인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병명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정리): 일산백병원 홍보실 송낙중


[논문원문]Clinical Aspects of Chronic Idiopathic Postnasal Drip_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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