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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라스베이거스의 환상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 4주 4천 마일

by lo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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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라스베이거스의 환상

라스베이거스에 다시 발을 들이니, 저녁 하늘에는 아직도 해가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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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라스베이거스 외곽에 있는 모텔에 숙박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리조트(Resort) 호텔에 방을 얻었다. 모텔의 방 값은 거의 일정하지만 스트립가의 호텔 숙박료는 시시각각 변동한다. 왜 우리가 선택한 리조트 호텔의 숙박비가 전에 묵었던 모텔보다 쌀까?

- 라스베이거스의 경제원리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무 호텔에나 무료로 주차할 수 있고, 고급 호텔의 뷔페가 일반 음식점들보다 비싸지 않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저금통 털어서 네바다 사막의 라스베이거스로 뷔페 먹으러 오는 식객이 많은데, 그것은 의외로 간단한 라스베이거스 특유의 경제 메커니즘이 설명해 준다.

대부분의 호텔은 카지노에 슬로트머신이란 벌통을 설치해 둔다.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와 동전을 거기에 넣고 스위치를 누르면 그림이 주마등처럼 돌아가다가 멈춘다. 가끔씩 같은 그림들이 나란히 멈추면 벌통에 들어간 동전들이 수 십 배 부풀어서 나오는데, 이것에 속아서 모두들 주머니에 먼지만 남을 때까지 벌통 앞에 앉아서 스위치를 누른다. 이래서 벌통이 넘치면, 난데없이 방탄복을 입은 아저씨가 나타나 벌통을 비우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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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들이 오색불 반짝이며 열심히 돌아가고 있을 때, 옆에 놓인 테이블 곳곳에서는 도박사들이 서서 부챗살 모양으로 카드를 뿌린다. 손님들은 그 카드 끝에 큰 단추들을 하나씩 둘씩 올려놓는다. 도박사와 손님들이 같은 동작을 반복해 단추들이 층층이 쌓이고, 부챗살도 커지면, 도박사들이 카드를 뒤집고 쌓인 단추들을 쓸어간다. 이래서 도박사 앞에 단추가 산처럼 쌓이면, 난데없이 다리가 긴 인어가 나타나 접시에 단추를 담아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렇게 때로는 보안 요원이 때로는 수영복만 입은 아가씨가 돈을 챙겨서 호텔의 금고로 운반한다. 값싼 뷔페로 식객들을 꼬여서 배를 불려주고 나서, 돈놀이로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이 간단한 메커니즘이 라스베이거스를 즐겁게 먹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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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루니를 찾아서

라스베이거스의 윈 호텔(Wynn Hotel)은 스트립의 에펠탑 서쪽에 있는데, 솔트레이크시티의 주차장에서 나에게 봉투를 던져주고 간 영화배우 클루니가 묵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우리는 그를 만나보기 위해 윈 호텔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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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 거리의 대형 쇼핑몰 건너편에 있는 윈 호텔에 들어오니 5성급 중에서도 상위의 호텔이라 지금까지 본 라스베이거스의 여느 호텔보다 로비의 실내장식이 고급이다.

우선 조지 클루니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봐야겠는데, 프런트에서 순진하게 그의 거처를 알려줄 리는 없고... 우선 단서를 찾기 위해 호텔 안에 있는 한 카페로 간다. 역시, 그를 닮은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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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립공원을 다니며 경치구경은 잘했지만 음식 구경을 제대로 못 한 우리는 뷔페식당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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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서 테이블 위에 팁을 듬뿍 내놓고 웨이트리스에게 클루니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니, 어딘가 숨겨진 고급 스위트룸에 있을 거란다. 우리는 일단 스위트룸 근처에 가서 호텔에 숙박하고 있는 한 젊은이에게 혹시 클루니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스위트룸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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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가 가리킨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둘러보니 장식이 세밀하다. 천장에 우산처럼 생긴 예쁜 등이 있고, 바닥의 대리석에도 문양이 들어있다. 벽도 마찬가지로 털이 촘촘히 돋은 부드러운 벨벳으로 덮고 가죽을 압착해 붙여 놓았다. 물론 클루니 냄새도 좀 느껴진다.

드디어 엘리베이터 앞에 왔다. 몇 층까지 올라가야 할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언젠가 잡지에서 본 듯한 아가씨가 다가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아가씨를 따라서 내린 후, 잠시 멈춰서 보니 객실로 가는 문 뒤에서 웬 남자가 그 아가씨를 기다리는데... Who else? 실루엣이 꼭 클루니를 닮았다. 문이 닫히자 바로 따라 들어가려고 하는데, 마님이 내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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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문 뒤로 사라지는 클루니의 모습은... 르레브(Le Rêve: 꿈)! 그 속으로 사라진다.

르레브(Le Rêve)는 윈 호텔의 원형 풀에서 펼쳐지는 수상 곡예 쇼의 이름이다. 이 쇼의 입장료는 수시로 바뀌는데, 무대 가운데 물이 튀기는 싼 좌석표 한 장 값이면 이 호텔의 뷔페를 3번쯤 맛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쇼를 보는 것도 나에게는 이름 그대로 꿈이다. 우리가 클루니를 본 것도 꿈인가? 우리는 꿈속을 거닐며 조용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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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이 밝아 스트립 거리로 나오니 벌써 낯이 익어 자주 다니던 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동쪽 끝에서 다시 스트립으로 들어오니 금색의 만달라이 배이(Mandalay Bay)와 이집트의 유적을 닮은 룩소르 호텔이 나오는데, 달리는 차에서 보니 3주 전에 걸어 다니며 보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스핑크스도 피라미드도 마치 처음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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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지엠 교차로를 조금 지나니 스트립의 중심가가 시작되며, 플래닛 헐리우드 호텔과 미러클 마일 쇼핑몰 근처에 행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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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주행하다 보니 베니스를 옮겨 놓은 듯한 거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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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마르코 광장의 궁전과 리알토 다리(Rialto Bridge), 게다가 물 위에 곤돌라까지 떠 가고 있으니, 우리가 마치 이탈리아 베니스에 온 것 같다. 베니시언 호텔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홀 바닥엔 대리석 타일이 깔려있고, 가운데에 있는 풀에서는 폭포를 배경으로 분수의 물줄기가 힘차게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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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층 더 올라가니 흰 구름 떠가는 하늘 아래 푸른 운하에 뱃사공들이 곤돌라에 서서 노를 저으며 물 위를 완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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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다니는 운하 주변에는 명품을 파는 상점들과 고급 음식점들도 많이 있다. 호텔의 로비로 나가는 통로는 르네상스 양식의 웅장한 천장화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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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을 때가 되어 호텔의 프런트에서 물어보니 대중 식사의 이미지를 풍기는 뷔페가 호텔에 없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하다. 근처에 있는 미라쥬 호텔로 발길을 옮긴다.

- 저녁부터 밤까지

미라쥬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우리는 보물섬 호텔(Treasure Island)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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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의 호텔들 중에는 무료 쇼를 보여주는 곳이 있는데,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쇼, 미라쥬 호텔의 화산 분출 쇼, 보물섬 호텔의 인어와 해적의 해전 쇼가 인기를 끈다. 보물섬 호텔 앞에 이르니 해전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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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뮤직과 함께 해적선을 감시하던 인어선의 무희들이 배 안에서 소리치며 급히 뛰어다니고, 해적선이 접근하자 전투가 벌어진다. 인어들이 배에 올라온 해적들을 무찌르는 동안 배가 파손되며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꽃이 작열한다. 볼만한 쇼이지만 관객이 많아 불편하고 가까이에서는 물도 튄다.

벨라지오 호텔 앞에서는 주기적으로 큰 연못에서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분수 쇼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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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라이어티 쇼

우리는 전날처럼 하루를 보내고 밤에는 발리 호텔에서 하는 주빌리 쇼(Jubilee Show)를 보러 간다. 호텔에서 받은 할인 쿠폰을 가지고 갔더니 반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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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에는 대형 무대와 관람석 공간이 아주 넓다. 쇼가 시작되니 음악과 함께 무희들이 번쩍거리는 옷을 입고 공중을 날아온다. 그 순간 무대 위에는 하얀 젖가슴을 훤하게 내놓은 무희들이 차례로 나와 빙글빙글 돌다가 일제히 다리를 치켜든다. 사람이 아니다! 천사들이 하늘에서 날개를 펴고,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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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나니까, 장면이 바뀌며 무희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 삼손과 델릴라가 나오고 기둥에 묶인 삼손이 힘을 내 거대한 신전을 무너뜨린다. 이어서 타이타닉호의 로맨틱한 장면으로 전환된 무대 위에서 여객선은 장엄한 노래와 함께 슬프게 침몰한다. 이건 객석에서 무대를 보는 게 아니라 영화 속에 들어온 실제 상황이다. 마술사가 등장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무대에서 불꽃이 튀는 이런 것이 바로 버라이어티 쇼인가? 몸도 마음도 그 속에 확 빠져서 머릿속의 때가 말끔히 씻겨 나가는 느낌이 든다.

지난번에 우리가 엠지엠 그랜드 호텔의 카(Ka)를 볼 때는 장내 촬영이 금지되었지만, 카메라는 들고 들어 갔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극장에 들어갈 때는 카메라를 보관소에 맡겨야 했다. 결국 공연 기념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으니, 밖에 나와 거리의 광고탑을 보며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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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립의 서쪽

라스베이거스에 돌아온 지 귀환 사흘 째 되는 날이다. 빌린 렌터카를 돌려주려고 하니 시간이 좀 남아있다. 우리는 아직 가 보지 않은 스트립의 서쪽 끝까지 주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를 돌려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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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외곽 변두리는 아직도 빈 터가 많고 산만한 분위기가 감돈다. 여기에 고급 호텔은 없지만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외지에서 온 커플들을 위한 모텔과 웨딩채플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대도시의 변두리와 마찬가지로 전당포와 성인용 비디오 극장들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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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가 많은 변두리의 산만한 풍경과 달리 스트립의 중심부로 갈수록 건물은 물론 거리를 활보하는 행인들의 모습이 밝게 느껴진다. 모두가 이 별천지에서 놀려고 찾아온 손님들이니 표정도 명랑하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신호등에 걸려서 자주 기다려야 하지만, 그걸 못 참아서 경적을 울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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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베이거스의 추억

스트립 거리를 주행하고 나서 파리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렌터카 사무실에 차를 돌려주려고 주차하고 보니, 여행 중에 달린 주행거리가 1마일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4000마일, 지구 반경과 같은 6400킬로미터이다.

라스베이거스를 기점으로 서쪽의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북으로 옐로스톤 국립공원까지 4주일간 우리는 4천 마일의 장도를 달린 것이다. 미국의 서부 국립공원들을 이렇게 순회한 것을 실감하니, 문득 가슴이 뭉클해진다.

여행이 끝난 후에 기행문을 다 쓰고 나서 라스베이거스의 추억을 떠올리니... 밤이 오는 스트립 거리에 등이 켜지고, 피라미드 위에서는 광포가 별들을 쏜다. 에펠탑 아래에서는 천상에서 날아온 무희들이 다리를 치켜들며 춤을 추고, 인어들은 해적들과 불꽃 튀는 싸움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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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환상에 젖은 나는 어둠 깔린 베네치아 광장 위를 날아가 궁전의 문을 열고, 행복한 연인들이 곤돌라에 몸을 실어 물 위에 떠가는 그림을 본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노를 젓는 뱃사공, 여행을 함께한 아내와 나의 환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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